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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지도자의 길

[LA중앙일보] 발행 2007/12/1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7/12/18 18:31

김완신 편집 부국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7대 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투표를 통해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만큼 선거가 끝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만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얼마전에 서울에 있는 친구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화제는 선거로 넘어갔다.

"누구에게 투표할거냐"라는 질문에 친구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느 모임에서도 선거에 관한 얘기가 이상할 정도로 없고 화제는 자녀교육과 돈버는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선거가 국민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고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식상해 유권자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17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다의 후보들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시작으로 BBK사건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불협화음 등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특검수사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후보들의 정책 대결이 사라진 채 선거는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되고 말았다.

대선이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연일 터져 나오는 사건과 폭로로 점철돼 버렸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보다는 주변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후보들의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책 검증보다는 인물 검증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정책보다 인물 검증에 집중되다 보니 선거의 관심은 미래의 비전보다는 과거의 행적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각 후보들의 치열한 비방전이 이어졌다. 대통령 후보들의 언행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막말과 비난이 오가기도 했다.

정책 대결만으로 치러지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발표해 지지를 받는 것보다는 상대후보를 깎아내려 얻는 반사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1828년 앤드류 잭슨과 존 퀸시 애덤스의 선거전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했었다. 치열했다기 보다는 추악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당시 상대 후보를 지목해 근거없이 살인자라고 흑색선전하기도 했고 경쟁 후보의 부인을 매춘부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보통선거가 실시된지 불과 4년만에 선거 시스템의 맹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 선거제도가 완벽한 제도라고 말하지 않는다. 2등 없이 오로지 한명만 승자가 되고 당락에 따라 극명한 신분의 차이를 가져오는 선거전에서 치열한 경쟁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경쟁이 도를 넘어섰을 경우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실망스런 선거의 하나다. 후보들에 대한 실망이 컸던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멀어져 갔다. 국민들은 후보들에게서 희망을 찾기 보다는 좌절을 경험해야만 했다.

정치가는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한 후보는 자신의 야욕을 성취시키려는 정치꾼 밖에 되지 못한다.

이제 한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대통령 당선자는 지금부터라도 참다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 후유증을 신속히 떨쳐 버리고 국민 앞에 당당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지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유일한 길은 당선자가 진정한 지도자로 우뚝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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