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목숨 걸고 한국 노래 들었어요”

탈북 소해금 연주자 박성진씨 인터뷰
‘사랑노래’ 있는 남한 부러워 탈북 결심
기도로 가족 찾고 죽을 고비 넘기기도

“한국의 노래 가사에 매료돼 목숨을 걸고 한국노래를 듣고 불렀어요.”

탈북 소해금 연주자 박성진(47)씨는 22일 둘루스 중앙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11세에 음악 신동으로 소문나 북한예술대학에 입학한 박씨는 9년간 한국의 해금을 개량한 악기인 소해금을 전공했다. 그는 “북한에는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노래밖에 없는데 반해 남한에는 사랑 노래가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의 음악,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1세에 대학 졸업 후 군입대를 한 박성진씨는 지인의 결혼식에서 가수 주병선의 ‘칠갑산’을 불렀다가 체포됐다. 이후 ‘고난의 행군’을 하기 위해 황해남도 태탄으로 보내져 사금을 캤다고 했다. 그는 “남한과 더 가까운 태탄에서 지내는 1년 동안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며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이들이 굶어죽고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고 배웠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양쪽의 삶을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태탄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도 먹을 것이 없어 밖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다잡아 먹을 정도였기 때문에 주민들은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집 안에서 개, 돼지들과 함께 살았다”고 덧붙였다.

비참한 현실에 좌절한 박씨의 아버지는 탈북을 결심했고 온 가족이 함경북도 회령으로 갔다. 그는 국경지역을 벗어나기 위한 특별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가족 8명이 나가기 위해 16만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당시 한달 월급이 1000원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연변에 도착한 그는 한 낯선 사람이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무작정 십자가가 있는 집을 찾아 나섰다. 원래 성경에 회의적이었던 그가 찬송가를 좋아하면서 삶의 모든 것이 변했고 이 때부터 믿음이 시작됐다. 반년 정도 교회에서 생활한 그는 “한국으로 가기 위해 몽골로 떠났었다”며 “사막에서 길을 잃어 죽을 고비를 넘긴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항상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늘에서 기도에 응답을 주셨는지 흩어졌던 부모님도 다시 만났다”며 “더 신기한 것은 부모님도 그동안 교회에서 지냈으며, 독실한 기독교인이 돼있었다는 점이었다. 정말 놀라웠고 하늘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나니 시간이 조금 흘러 2006년이 돼 있었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로 장윤정 소속사 사장과 면접을 봤던 그는 칠갑산을 불러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어느날 북한에서 1차 핵실험을 한다는 소식으로 모든 기회가 무산됐었다. 박씨는 “당시 한국은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졌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 사장은 소해금을 전공한 나에게 가수 장윤정씨와 세션을 함께 할 기회를 줬다”며 “장윤정 3집 타이틀곡인 첫사랑을 함께 했고 이후 10년째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함께한 조진혜 재미탈북민연대 대표는 탈북민인 박성진씨가 한국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공연을 요청하게 됐었다고 찬양집회 초청 경위를 설명했다. 조진혜 대표는 “탈북민들을 돕는 일을 하자며 도움을 청하면서 먼저 돈을 못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선뜻 하겠다고 나서줘 고마움을 느꼈다”며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북한선교부에서도 이번 찬양집회가 열리기까지 많은 도움을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성진씨는 이날 저녁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에서 열린 탈북민 환영 찬양집회에서 공연을 펼쳤다.


박재현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