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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참회록 -윤동주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이 시는 윤동주가 스물넷에 일본유학을 가기위해 창씨개명을 하고 그 서류를 제출하기 며칠 전에 쓴 시다.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숭실대학에 다닐 적에 처음 조선 땅을 밟았다가 이후 연희전문에 진학하고 결국 일본유학을 결심하게 된 식민지 말기 조선의 시인으로서의 복잡한 심경이 시의 바탕에 깔려있다.

시의 화자는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닦는 행위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태도다. 저간 ‘기억 안 난다’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조국의 ‘기억의 정치학’에서 이 시는 참 슬프게 다시 읽힌다. 이래서 시인에 정치가가 없고, 정치가가 될 수도 없나보다. 박정희 정권 때 그의 스승이었던 이효상 시인이 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일도 있었지만, 오늘 시인 도종환은 어떻게 정치를 할지 가히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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