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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국의 노인빈곤율

“한국의 70세 이상 노인들은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선진국 중 가장 가난하게 살고, 이들의 자살률은 선진국 중 제일 높다.” 어느 한국 주류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을 읽는 순간 온 가슴에 부끄러움과 연민의 정이 솟아 뭉클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금상황 한 눈에’라는 보고서(2015년 3월)에 의하면 “한 국가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그 나라 중간 소득의 50% 이하의 소득을 가지고 사는 노인의 비율”이라고 정의한다.” 많은 나라의 경우 은퇴한 노인들이 그 나라의 중간 소득보다 훨씬 높은 소득(국민연금+노동봉급+개인연금+금융소득)으로 산다.

도대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어느 정도인가? OECD의 보고서(2014년)에 의하면 한국의 65세 노인빈곤율은 무려 50%로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제일 높다. 즉 한국의 65세 노인층의 절반이 중간 소득의 50%보다 낮은 소득으로 산다는 뜻이다.

다른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은 어떤가? 비교하기조차 너무 부끄럽고 가슴이 쓰라리다. OECD 평균 빈곤율은 겨우 13%이고, 프랑스는 3.8%, 네덜란드는 2%이다. 비교적 노인빈곤율이 높은 미국도 22%, 일본도 19%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이처럼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한국 정부도 인정하는 이유가 있다. 노인의 전체 소득 중 국민연금의 비중이 회원국 중 제일 낮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층의 전체 소득 중 ‘국민연금’의 비율이 회원국 중 칠레(7%) 다음으로 가장 낮은 16%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37%, 일본은 47%, 핀란드는 80%, 벨기에는 81%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이 선진국 중 가장 복지 정책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정부가 부패와 재벌과의 정경유착으로 재분배와 복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한국의 노인층이 선진국 중 늙어서도 일을 가장 오래 한다는 슬픈 사실이다. 쥐꼬리만한 소득의 무려 65%가 아직도 노동 봉급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책임감과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노동 봉급이 전체 소득의 32%, 벨기에 12%, 핀란드 11%이다.

이처럼 높은 빈곤율은 불행히도 한국 노인들의 높은 자살률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난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70세 이상의 노인자살률이 한국의 경우 10만 명당 116명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가장 높다. 프랑스는 27명, 미국은 16명, 노르웨이는 11명, 쿠웨이트는 1명이다.

이들 65~70세 이상의 한국 노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국민의 정치의식에 관한 여론 조사에서 이들 노인이 압도적으로 여당 지지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젊은층 일부가 이들을 ‘꼴통보수’라며 극단적으로 멸시하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아주 잘못된 노인층에 대한 몰이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노인층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들을 극단적인 세 부류로 나누어야 한다. 한 부류는 독재 정권 치하에서 출세하고 치부한 정치인과 검찰, 비리에 현혹된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그리고 정경유착의 최대 수혜자인 재벌 기업이다. 다른 한 부류는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싸운 민주화 운동 지지자이다. 세 번째 부류가 ‘독재의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줄 모르는 무조건 순종파이다.

그러면 이 세 번째 노인층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들을 “한국의 60~70년대 압축 경제성장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도 그 이후 정부로부터 ‘나 몰라라’고 큰 버림을 받은 비참한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이 노인층이 젊었을 때 어떤 사람이었나? 이들이 바로 ‘4월 혁명의 주체’, ‘독일 간호사와 광부 파견’, ‘월남파병’, ‘중동 건설현장의 역군’들이었고, 가발과 신발 수출로 외화를 벌어온 중소기업 사업가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처럼 국가에 엄청난 공헌을 한 이들에게 어떤 대우와 보상을 해주고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층은 한국의 젊은 2030세대와 함께 무능과 부패의 온실인 정부와 재벌이 만든 ‘헬조선’의 희생자들이다. 따라서 이 노인들은 미워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어야 할 불쌍한 우리 부모님들이 아닐까?

박영철/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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