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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섣부른 존슨법 폐지 위험하다

장열/사회부 차장·종교담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기독교계를 향해 '존슨법 개정'을 시사했다.

이 법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세제법(1954년 제정)으로 종교기관 종사자에 대한 정치적 발언, 특정 정치인 지지, 정치적 목적의 지출 등을 제한하는 법이다. 위반시 비영리기관인 종교단체의 세금 면세 혜택이 박탈될 수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존슨법 개정' 공약을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개정에 대한 실행 의지를 내비치면서 기독교계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개정을 섣불리 단행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높다. 그동안 존슨법은 종교와 정치 사이에서 선을 긋는 역할을 해왔다. 정·교분리를 위한 법적 규정이었던 셈이다.



이는 종교와 정치의 결탁을 경계하고 종교 본연의 역할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컸다. 만약 존슨법이 개정 내지는 폐지된다면 본래 법이 의도했던 목적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정교분리를 위한 법적 장치가 사라진다면 기독교계는 언제든지 정치화될 수 있다. 교회에서 걷히는 헌금 등이 정치적 목적의 자금이나 지원금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고, 특정 종교가 정치와 결탁해 특혜를 누리거나 우월적 지위를 획득할 위험을 낳는다. 혹은 종교가 정치세력에 이용당할 수 있는 환경이 생성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가 정치적 색깔을 내면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거나 종교의 힘이 오용 또는 남용될 소지가 다분해진다. 역사적으로도 종교가 정치와 결탁해 변질하고 부패했던 사례는 너무나 많지 않았나.

특히 존슨법 개정은 한인 교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시대적으로 점점 양극화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정치적 헤게모니 속에서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편들기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교회의 정치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기독교계는 종교 활동을 매개 삼아 정치적인 색깔을 내기보다는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종교의 신념을 건전한 정치적 활동을 통해 표출하려는 인식 정립이 먼저 돼야 한다.

현재 기독교계에 필요한 건 존슨법 폐지를 통해 정치적 발언에 대한 볼륨을 높이는 일이 아니다. 교계 지도자들은 구성원이 정치에 대한 성숙한 인식을 갖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정치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먼저다. 이를 통해 건전한 정치 문화와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존슨법 폐지를 반기는 보수 기독교계는 이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되찾는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지만, 실제로 선거 때 교인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거나 진영논리를 떠나 어떤 법안이 상정되고 무슨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지, 또 그러한 요소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교인들에게 공정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실제 일상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균등하게 주어진 정치적 권리를 이용하거나 정치 참여 활동에는 무관심하면서, 유독 존슨법 폐지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 주장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종교계는 특정 시기 또는 이슈가 있을 때만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평소에도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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