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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간 주민들과 동고동락 퀸즈 한인 꽃집(잭슨하이츠 호꽃집) 역사 속으로

창업주 이길자씨 작년 별세
운영난으로 27일 폐업 결정
"이민자의 참모습 보인 여성"
드롬 시의원 감사장 전달

"항상 손님을 가족처럼 대해"
이웃들 함께 모여 이씨 추모


"수잔은 피땀 흘려 성공을 일궈낸 이민 역사의 증인입니다."

42년간 퀸즈 잭슨하이츠에서 꽃집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한 고 이길자(미국이름 수잔.사진)씨를 기리는 감사장을 전달하기 위해 24일 '호 플라워스앤플랜츠(이하 호꽃집)'를 방문한 대니얼 드롬(민주.25선거구) 뉴욕시의원의 말이다.

싱글맘으로 두 아들을 키우며 주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꽃집을 운영한 이씨는 이 지역의 유명 인사였다. 늘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가족처럼 대했고 없는 살림에도 베풀기를 좋아해 캔디.초콜릿.과일 등을 나눠줬다. 호꽃집은 지역 명물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37애비뉴와 85스트리트에서 1974년부터 41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호꽃집은 2015년 치솟는 렌트를 감당하지 못하고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1년 만인 지난해 5월 30일 이씨는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아들 존 호(46)씨가 꽃집을 맡았지만 리스 계약 만료와 운영난으로 결국 이달 27일 43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이날 감사장 전달식에 참석한 이웃들은 이씨를 추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7살 백인 꼬마 로지도 "수잔 아줌마가 보고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행사 도중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도 하나 둘 모여 이씨에 대한 기억을 공유했다.

자신의 어머니도 싱글맘으로 5형제를 키워냈다는 드롬 의원은 "수잔을 만날 때마다 늘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며 "워킹맘이 거의 없었던 그 옛날 힘든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학비를 벌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강인함이 수잔에게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드롬 의원에 따르면 이씨는 잭슨하이츠 페스티벌 때면 늘 꽃과 나무들을 가지고 나와 거리를 장식하곤 했다. 크고 작은 지역 행사와 조경 등에 묵묵히 자원 봉사를 했다.

드롬 의원은 "영어를 못 하는 아시안 이민자 여성이 낯선 땅에서 40여 년간 뿌린 씨앗들은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며 "수잔의 이야기는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아들 존 호씨는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오늘 이 상을 안 받겠다고 하셨을 것"이라며 "그만큼 겸손하고 드러나지 않게 선행을 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옆집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며 친자매같이 지냈다는 나미씨는 "6년 전쯤 마비가 와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는데 두 명씩 면회가 가능했던 탓에 엘름허스트병원 로비가 문병객으로 가득찰 정도로 인덕이 남달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언니가 지난해 메모리얼데이 다음 날 심장 혈관 스텐트 수술 일정을 잡아놨다고 했는데 수술 전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하루만 더 사셨다면…"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지역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 조셉 리세부토는 "수잔을 30년간 봐왔다. 이 지역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환한 웃음으로 거리를 밝힌 친구다. 나보다 먼저 갈 줄은 정말 몰랐는데 여전히 그녀가 보고 싶다"고 추모했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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