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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결정론과 자유의지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어느 교도님께서 "노력을 해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한 것 같다. 이미 과학자들이 증명을 했고, 나도 그렇게 믿는다. 종교에서 흔히 말하는 '노력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희망고문에 불과한 것 같다"며 내 의견을 물었다.

과학자들이 증명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 추축해봤다.

인간의 존재 양식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인간의 운명이 이미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Determinism)과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한다. 작게는 아침 메뉴에서부터, 크게는 직업이나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대부분의 선택이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삶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거나, 최소한 대폭 축소될 것이다. 자유의지를 부정한다면 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벌을 준다는 것은 죄를 예방하기 위함인데, 이미 죄를 짓기로 정해져 있는 사람을 단죄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과학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답을 할까.

"자유의지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고전역학은 물론이고 비결정론인 양자역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다. 물론 자유의지가 '있다' '없다' 단정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불가의 입장은 어떠한가.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인과보응에 따르면,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생각하고 내리는 결정 역시 이미 지어진 특정한 원인에 의한 것이므로 결정론에 가깝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과 마음의 힘에 따라, 이미 운명 지워진 방향에 거스르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20년간 하루 담배를 2갑씩 피던 사람이 내일 담배를 피울 확률은 100%에 가깝지만, 100%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의 마음의 힘(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이해, 의지력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삶은 과거의 지은 바에 구속되지만, 우리의 마음의 힘에 따라 바꿀 여지는 있다. 단, 20년간 피던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처럼, 수십, 수백생애 동안 길들여온 습관과 욕심 때문에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정도가 불가의 입장이라 하겠다.

물론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담배를 끊기로 한 결정을 어떠한 원인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 순전한 자유의지라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자유의지의 개념 규정을 포함한 좀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결정론은 100%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결정론에 갇히게 되고, 우리는 결정된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결정되지 않은 것처럼 살 수 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관한 강연에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결정론을 인정한 후 내린 결론이다. 다소 난해하지만,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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