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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문의 야단법석]아메리칸대 왕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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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2/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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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봄은 지천(백악관과 국무부 정원)에서 피고지는 한국 원산지 개나리꽃들로부터 온다. 개나리꽃들이 잎이 나기 전에 지기 시작하면, 페어차일드 박사가 처음 심은 메릴랜드 체비 체이스 언덕에 수령이 100년이 넘는 벚나무들이 춘풍과 함께 만개하기 시작한다. 독립선언서를 초안했고, 건국의 아버지 중 한사람이며,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전신상 기념관 주위에도 소메이 요시노 벚꽃들이 순백의 서사시를 공양한다. 2500 그루의 왕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모든 생명의 어머니들처럼 내리사랑의 축복을 담아서 일시에 꽃을 피운다.

벚나무의 원래 기원지는 히말라야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요시노 체리 즉 왕벚나무가 1872년 일본의 수도 도쿄에 소개될 때는 기원을 모르는 섞인 종(잡종)이라고 국립공원 내쇼날 몰 웹사이트에 게시돼 있다. 그러면 일본의 하나미(花見, 꽃놀이)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있었고 일본 에도에 1700년대에 이미 왕벚나무가 있었다면, 그 아름다운 꽃이 왜 1872년에야 도쿄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왕조시대에는 관료들이 출세를 위하여 지방의 특산물을 곧바로 왕궁과 권력자에게 진상하는 특성이 있었다. 한국에는 제주도, 울릉도에 왕벚나무가 오래전부터 자생하고 있었고, 특히 조선 정부의 쇄환(공도)정책으로 울릉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을 때 무단 월경한 일 어부들에 의하여 왕벚나무도 반출되었다고 본다. 메이지 유신 시기에 제주도를 월경한 또는 밀무역 상들에 의하여 한라산 왕벚나무들을 비롯한 특산물들이 반출되었을 것이다. 미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게시된 요시노 체리의 도쿄 소개는 왕벚나무의 전파와 시기 등을 알려주고 있다.

제퍼슨 기념관 호반에 왕벚나무꽃들이 만개할 때마다 아무도 찾지 않고 있는 아메리칸 대학의 정문 우측에 이승만 박사가 심은 제주도 원산지 왕벚나무들을 떠올렸다. 그곳에는 재작년부터 길 건너 학교 건물 신축공사로 인해 이 박사가 심은 왕벚나무들 앞 지하에 하수구 공사가 작년 말까지 있었다. 가림막에 둘러쳐지고 쇠파이프에 둘러쳐진 벚나무들을 자세히 보니 우람한 가지가 세월을 못 이겨 부러지고 있었다.

그곳 한국 정원에는 제주도에서 기증한 수십 그루의 왕벚나무들과 어른 크기의 돌하르방 석상 두 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몇년 새 새로 식재된 왕벚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숲을 이루면서 할아버지 왕벚나무의 기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이 아무리 워싱턴을 방문해도 누구 하나 방문하지 않는다. 나라가 없는 이승만 박사와 친분이 있던 당시 아메리칸대 총장은 귀한 땅을 내주고 식재까지 허락해 주었지만, 우리는 그 은혜를 잊고 독립유적지마저 외면하고 있다. 그사이 일본은 아메리칸 대학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재작년에는 그곳에서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 사진전까지 했다.

이 박사가 심은 고령의 왕벚나무들을 포옹할 때마다 스치는 상념들이 너무나 많다. 옛 왕조의 주미 공사관 건물도 고액으로 사들이면서, 귀중한 대학과의 역사적 인연은 외면하고 선조들의 독립역사를 나 몰라라 하는지 자성을 한다.
올해도 공사로 뿌리가 잘려 나가고 가지도 부러진 고령의 제주산 왕벚나무에 꽃은 만개할 것이다. 언젠가는 범동포적 삼일절 행사가 그곳에서 열리는 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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