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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앞에 무너진 '인권'과 '진실'

'인권' 운운하며 진실 외면한 민권센터
한차례 토의, 표결도 없었던 졸속 결정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현재를 바꾸며 미래를 그린다"는 애틀랜타 소재 민권센터의 거창한 사명 선언문은 이해관계 문제에 부딪히자 허무하게 퇴색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 외교부의 '부산 소녀상 이전' 요청을 논리로 삼고,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 삼아 다방면으로 민권센터를 밀어붙였다. 결국 민권센터는 발표한 지 고작 3주만인 2일, 손바닥 뒤집듯 약속 불이행을 선언했다.

민권센터는 성명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위안부 사건을 조명하자는 취지로 애틀랜타의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결성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준비위원회'를 '한국측 태스크 포스'라고 지칭했다. 사실상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외교 갈등으로 포장하려는 일본 측 논리에 완전히 말려들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 일본로비의 '압승'=일본 정부는 지난달 8일 민권센터가 소녀상 건립을 발표한 즉시 반대로비에 돌입했다. 시노즈카 타카시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는 데렉 카용고 민권센터 최고경영자(CEO)와 메트로애틀랜타 상공회의소, 애틀랜타 시정부의 주요 관계자를 찾아 항의했다. 그는 "소녀상이 건설되면 일본 기업들이 조지아를 떠날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곧 메트로애틀랜타 상의가 일본 편에 서서 로비작업에 착수했다. 주하원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념 결의안을 준비하던 페드로 마린 의원은 "데이브 윌리엄스 상의 부소장이 직접 찾아와 결의안 작업을 멈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권센터와, 애틀랜타 시 관계자들, 특히 민권센터를 후원하는 기업들에는 이메일 폭탄이 쏟아졌다. 헬렌 김 호 준비위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혐오스런 내용이 수많은 애틀랜타 인사들에게 폭탄처럼 쏟아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가 일 극우파 반대논리 제공=민권센터 후원기업 '뉴웰러버메이드'에는 '카토 켄'이라는 인물이 "귀사의 다수 일본인 투자자들을 대변한다"는 주장과 함께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군부대를 따라 다니던 매춘부들"로 폄하하는 전형적인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을 취한 그는 첫번째 반대 논리로 다름아닌 윤병세 한국 외교부장관의 최근 '부산 소녀상 이전'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이해관계 앞에 '명분'은 헌신짝=데보라 리차드슨 민권센터 대외협력부장은 지난달 9일 소녀상 건립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과 본지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해 공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늘 논란거리를 다뤄왔다. 유대인 학살이나 위안부 같은 대규모 불의가 행해질 때, 힘있는 자들은 공범일 수 밖에 없다"며 "너무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이제나마 이야기할 수 있게된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1주일 뒤인 16일, 일본의 로비에 부딪힌 민권센터 이사회는 전격 '재검토'를 결정했다. 데렉 카용고 CEO는 애틀랜타비즈니스크로니클에 "우리 도시의 2개 커뮤니티를 자극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기념하는 방법이 있는지 토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건립, 취소결정 모두 '졸속'=민권센터는 건립 결정과정부터 건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차드슨 부장은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한 이사는 "이사들간 토의나 표결 없이 운영진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녀상 문제가) 별것 아닌줄 알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추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소 결정의 논리도 부실하다. 2일 취소 통보 서신에서 "외부 영구 설치물은 센터 건물의 본래 디자인이 아니었고, 전략적 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센터 관리 규정에는 외부 조형물 관련 어떤 조항도 없다.

A.J. 로빈슨 이사는 "외부 기념비에 대한 정책은 없다. 이 프로젝트에 제동을 건 이유"라며 "이제 민권센터는 기념비 사업에 뛰어들지 차근차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안계 미국인들 '한국인' 취급=민권센터는 지난달 3일 소녀상 건립 양해각서(MOU)에서 준비위원회를 'Atlanta Comfort Women Memorial Task Force'라는 공식 명칭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2일 취소 공문에서는 3차례 '한국측 태스크 포스(South Korean Task Force),' 한번은 '코리안 태스크포스'라고 칭했다.

또한 서신에 수신자 이름을 '헬렌 호 김'이라고 잘못 기입한 것도 준비위원회를 '한국인들'로 치부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을 사고있다. 헬렌 김 호 변호사는 한국계이지만 베트남계 남편 성을 따라 법적으로 '호'씨이다.

준비위원회는 한인들 외에도 애틀랜타의 아시안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학자, 인권 활동가, 정치인 등 다양한 배경의 미국인 24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민권센터 크리스티 레이머 대변인은 "실수였다. 추후 공문에서는 바로잡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호 위원은 "민권센터가 '인권'을 이야기 하면서 진실을 외면한다면, 소녀상을 세울 가치가 없는 곳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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