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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공방 '예술사랑' 김성일씨…"흙맛 느끼며 노는 듯 살아요"

화재난 자리 다시 방갈로 짓고
친구들과 놀 '공연장' 만들어
일년내내 전시회 일정 꽉 차

블루컷 화재 후 불탄 재 사이로 풀이 돋기시작하고, 보름 전 폭우로 마른 개울에는 물이 흐른다. 자연은 그렇게 천연덕스럽다.

화재 피해를 입었던 도자기 공방 '예술사랑'의 김성일씨를 찾았다. 그의 집도 예전처럼 고요하고 본래 그랬던 것처럼 한쪽 편에는 불탄 흔적이 남아있다.

그는 9년 전 잡동사니만 가득했던 이 땅에 반해 카혼밸리로 거처를 옮겼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그때 심은 유칼립투스와 유도화는 숲을 이뤘다. "미술만 하던 사람이 집을 지어봤겠습니까? 생활비를 벌기위해 조경공사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으로 1년 만에 살 집을 직접 지었습니다."

그의 집 주변 경치는 한국의 시골풍경을 닮았다. 둥그런 앞산, 얕게 흐르는 시냇물, 느리게 지나가는 기차, 소나무 사이로 부는 선선한 바람. 불탄 자리에 다시 방갈로를 지으면서도 그는 행복하다. 본채가 안타서 다행이고, 조용한 공간에서 뚝딱거리는 자체가 예술행위이기 때문이다.



"도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자기는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즐겨야지요. 조용하니 일을 해도 생각거리가 많습니다."

사는 듯 노는 듯, 그의 꿈은 앞 마당에 자그마한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다. "주변의 칠공팔공(70/80) 세대들을 만나보면 공연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먹고 사는 것에 쫓겨 나이를 먹어버렸지만 소싯적 꿈들은 아직도 그들의 가슴 속에 있습니다. 그들과 공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텃밭농사나 도자기 굽기를 꿈꾼다. 도자기는 왜 막연하게 친근한 걸까. "둘의 공통분모는 흙입니다. 아마 귀소본능때문이겠지요.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다 키웠고 그럭저럭 먹고살만해지자 그도 훌쩍 도시를 떠났다. "산으로 들어가 도자기 굽고 싶은 소원을 풀었습니다. 치노힐스에 살 때는 화로에 불을 땔 때 이웃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졸였습니다. 여기 오니 이웃 눈치 안보고 맘대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밤에 캠프 파이어하고 기타 치고 노래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일 겁니다."

아내 김홍비씨도 도자기를 굽는다. 아내는 대학 후배였다. 아내는 생활도자기를 주로 하고, 김성일씨는 예술작품을 주로 한다. 그래서 김홍비씨는 일주일에 두 번 도자기 클래스를 운영한다.

느긋한 시골살이이지만 전시회 일정은 꽉차 있다. 5월에 가톨릭 미술가협 신입회원전이 예술사랑 갤러리에서 있다. 6월에는 필랜작가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와 함께 부부전시회가, 10월에는 학생 도자기 전시회, 11월에는 깃발전이 기다리고 있다.

▶문의: (909)576-5773


이재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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