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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656]무한경쟁으로 살아가는 시대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부모들의 노력은 고단하지만 훌륭하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신문 한구석에서 읽은 조그만 글이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한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려고 봉급생활을 접고 가게를 차렸다가 얼마 못가서 문을 닫아야하는 사람들을 보며 쓴 글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크든 작든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리라. 연 지 얼마 안 되는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새로 들어서서 기존의 가게가 문을 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요즈음 우리 동네에 자못 관심이 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똑같은 종류의 스토어가 마주 보거나 나란히 들어서고 있는 광경이다. 이게 어찌 내가 사는 동네에만 국한한 일일까만.



한 예는 기존 KFC 옆에 파파이스가 건물을 짓고 있다. 두 가게 사이는 불과 10야드도 안 된다. 또 한 예는 CVS 맞은편에 동종 업종인 월그린(Walgreen)이 들어섰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멀쩡한 로이로저스 건물을 때려 부수고 다른 체인이 들어서고 있다. 동포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의 양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남의 일 같지 않다.

하긴 그게 그렇다. 가령 동대문과 서대문에 같은 업종의 가게 두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동대문에 있는 가게는 서대문으로 가는 고객도 유치하고 싶어 점점 서대문 쪽으로 가게를 옮기고 서대문 쪽에 있는 가게 업주는 기회만 있으면 동대문 쪽으로 발을 벌이려고 하다가 결국은 두 가게가 가까이 붙게 된다는 게 시장논리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여 교복을 맞추려면 으레 안국동으로 가야했다. 교복맞춤집이 모두 거기에 모여 있었으니까. 음식점도 그런 것 같다.

이런저런 먹거리들이 한군데 모여 있는 걸 봐도 그렇다.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편리한 게 시장이다. 일단 그곳에만 가면 무얼 선택하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드럭스토어나 치킨집도 그래서 모여 앉으려고 하나보다.

1920년대 천연진주는 쿠웨이트 해안에서 잡히는 자연조개진주가 최상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30년 일본의 한 국수장사인 고기치 마키모토가 인조진주생산에 성공하자 쿠웨이트와 그 인근 페르시아 만의 진주 상인들은 파산했다.

빈 배들이 해안에서 뒹글고 해녀들은 모두 떠났다. 이를 틈타 아프리카 노예상인들이 가난한 쿠웨이트 실업자들을 사러 왔다. 영국에 실망한 쿠웨이트는 미국 석유회사에 도움을 청했다. 바로 그것이 1938년 석유개발의 시작이었다. 쿠웨이트의 석유개발로 전쟁이 일어났다. 결국 일본의 한 국수장사가 전쟁을 일으킨 결과가 되었던 것이다.

1860년 중반 미국의 남북전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국은 목화수입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산 목화수입으로 50만명의 영국노동자들이 먹고 살았다. 남북전쟁으로 목화수입이 전면 중지되자 옷감의 원료가 면에서 아마포로 바뀌고 면직의 수요와 직조기의 수요가 급감,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혼률이 떨어지고 가구 당 가족수는 늘어났다. 국수와 석유, 전쟁과 가족 수, 얼핏 무관해보이지만 그렇지가 않은 게 실상이다. 투자의 귀재들 눈에는 부(富)가 가는 길이 보인다고 한다.

작은 나라 한국에서 벌이는 글로벌기업이 세계경제 생태를 바꾸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모두가 무한경쟁으로 살아가는 시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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