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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트럼프의 의회 연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점잖은' 의회 연설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통령'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가짜 뉴스' '미 국민의 적'이라는 막말을 들은 일부 주류 언론도 칭찬을 했다. 하지만 연설은 말뿐이고 실천은 다르다.

그는 환경보호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여러 환경보호 조치를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폐지했다. 그의 취임 후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미국 내 투자에 나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계획됐던 것이었다. 대기업들도 트럼프의 주장에 맞장구를 쳐주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년 전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또 연설에서 사망한 군인 유가족을 앞에 두고 '애국심'을 강조했다. 연설에는 불법체류자의 범죄로 남편과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도 초청됐다. 유가족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하지만 이들을 초청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의도는 뻔하다. 트럼프는 이날 군사비를 대폭 늘리고, 이민자 범죄 단속을 위한 특별 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유가족들을 정책 홍보의 도구로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지.원조.환경보호 등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고 대신 군사비를 역대 최고 증액인 10%나 늘리겠다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공화당은 언제나 군대에 있어서만은 '큰 정부'를 선호한다. 마치 군대는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것처럼 제외한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란 힘없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정부 기능의 축소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게서 구입하는 전투기 비용을 6억 달러나 깎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군사비 증가로 이들 군수업체가 얻을 이익은 언급하지 않는다. 깎아준 전투기 비용은 그들에겐 '껌값'(6억은 2015년 군사비 지출 5985억 달러의 0.1%)이다. 군수업체들은 앞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에는 한국에 배치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도 있다. 미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한국 땅을 빌려 사드를 배치한다. 사드도 록히드마틴이 판매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취임하자 마자 한국에 가서 사드 배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록히드마틴을 대신해 '세일즈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종북좌빨'이라는 일방적인 비난을 듣기 일쑤인 것처럼 미국에서도 군사비 증액을 반대하면 '안보'에 무심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보수정권이 군사비를 늘려 안보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지난 2015년 기준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전체 정부 예산의 54%였다. 행정, 메디케어.보건, 참전군인 지원, 주택.커뮤니티 지출이 각각 6%. 이밖에 내무 4%, 에너지.환경 3%, 과학 3%, 사회복지.실업.노동 3%, 교통 2%의 순이다. 국민 한 명이 세금 100달러를 내면 54달러는 군사비로 나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비율을 더 늘리려고 한다.

사드 한국 배치와 군사비 증액의 효과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드를 포기하자고 주장했던 한국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는 '한국은 임박한 전쟁 위험 아래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안보불감증은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인, 군수산업적인 동기의 의도적인 긴장고조는 사양하겠다."

이민자 범죄 단속 기구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범죄 비율은 미국 태생보다 훨씬 낮은 절반에 그친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이민자는 미국 내 치안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군사비를 늘리고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결코 점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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