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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3억달러꼴 늘어나는 빚…방위비도 간당간당

트럼프 발목 잡는 국가부채

부채 8년 새 9조5487억불 늘어
2026년엔 이자가 방위비 추월
재무 50·100년짜리 국채 검토"
고령화로 건강보험.연금도 눈덩이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성과 미지수…1%대 성장률 전망도


"50년 혹은 100년 만기 국채 발행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시장과 투자자 등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2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람 평균수명보다 긴 100년 만기의 국채 발행이 검토되고 있다니, 대체 무슨 사연일까. 미국을 짓누르고 있는 '빚의 세계'로 들어가봤다.

19세기 영국은 전 세계 6대 주에 식민지를 거느리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그러나 수많은 식민지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패권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재정 적자에 발목을 잡혔다. 식민지 곳곳에서 독립운동이 벌어졌고 프랑스.독일 등과 식민지 확보 경쟁을 벌인 결과 미국 등에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됐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는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동했고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추락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대영제국도 광활한 대지를 호령하던 로마.몽골과 같이 '강대국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패권을 내려놨다.

트럼프를 '트러블 메이커'로 만든 빚더미



20세기 패권국가인 미국도 최근 재정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한때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지만 냉전 종식과 세계화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부채를 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공공부채는 2008~2016년 동안 9조5487억 달러나 늘었다. 하루에 32억7010만 달러꼴이다. 그사이 2011년엔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2014년에는 국가부채 한도를 증액해야 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재정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천문학적인 부채에 꽉 막힌 미국의 재정 상황은 트럼프를 '트러블 메이커'로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안보에 있어 최대의, 유일한 위협은 부채다. 이를 억제하지 못하면 미국은 결국 다른 나라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2010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던 마이클 멀린은 중국.러시아의 군사력 증강보다도 부채를 경계했다. 7500여 개의 핵탄두와 1만4000여 대의 전투기, 10대(니미츠급)의 항공모함이 있지만 방위비 지출 감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라지만 주머니 사정에는 한계가 있다. 부채가 늘면서 고정비 성격의 이자 역시 크게 불어났다. 공공 부문의 총지출에서 이자 비중은 2009년 4.8%에서 올해는 5.8%, 2021년 8.2%까지 확대된다.

이에 비해 방위비의 비중은 올해 12.1%에서 2021년 10.3%로 떨어지며, 2026년에는 이자보다도 적어진다. 당장은 금리가 낮아 이자 지급액이 크지는 않지만 부채 증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 국가가 아니다. 방위비 분담액을 늘리라"는 최근 트럼프의 으름장도 결국은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방위비 협상에 돌입했으며,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의 가격을 깎았다. 8년 만에 공화당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미국 방산업체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균형재정은 미국의 숙원 중 하나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고질적인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다만 과도한 재정 적자는 미국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성장 잠재력을 해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레이건과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수입.지출 균형 예산제(PAYGO)'를 부활시키는 등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PAYGO란 'Pay As You Go'의 줄임말로, 정부 예산을 미리 당겨 쓰거나 적자 지출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클린턴 이전의 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글로벌 패권 강화와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재정은 악화됐던 시점이다.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재정 적자를 줄여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모기지 금리가 떨어져 주택 건설이 살아나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늘어나며 주식시장도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실제 클린턴 행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재정흑자 정책을 구사하는 한편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미국은 2002년 이라크 전쟁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PAYGO 원칙을 철폐하며 8년 임기 동안 부채 규모를 5조 달러 가까이 늘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빚을 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PAYGO 원칙을 부활시키고 미국의 재정 건전성 제고에 정책의 무게추를 다시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책 방향은 다르지만 균형재정을 계승하는 모습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이 50년, 100년 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금리 상승 국면에 초장기채를 발행함으로써 장기채 금리를 떨어뜨려 재정 부담을 낮추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93년 그린스펀이 클린턴에게 한 조언과도 비슷하다.

다만 이전 정부들이 복지 예산을 늘려왔던 데 비해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등 복지를 줄일 계획이다. 미국의 건강보험 지출은 2000년 5080억 달러에서 2015년에는 1조3869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총지출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15.6%에서 21.5%로 솟구쳤다.

트럼프가 반세계화와 고립주의를 택한 것도 어려움에 빠진 재정을 구하기 위한 조치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글로벌 패권의 몰락을 연구한 책 '강대국의 경제학(원저 제목 Balance)'에서 "로마의 경우 제국의 규모에 비해 세수가 적었는데, 그 타개책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렸다가 초인플레이션과 빈민 폭동을 초래했다"며 "미국은 재정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이며 경제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세계화나 패권 확대가 오히려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연금 지급액 연 1조4000억 달러

미국도 현재 세수로는 이자 부담과 고령화의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지키면서도 세수 확대를 위한 경제성장과 건전성 제고를 위한 부채 감축을 동시에 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현재 연금 지급액만 한 해에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리쇼어링 정책으로 해외로 이탈한 미국 기업을 복귀시키는 한편 '트위터 정치'로 도요타.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으로 소환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당근이고 국경조정세 도입은 채찍이다. 미국에 들어와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과 아닌 기업에 확실한 차별을 두겠다는 뜻이다. 당장 소득세 등 세수를 늘리고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트럼프의 큰 그림이 실제 성과를 올릴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연방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도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10년간 연 1.9%에 그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트럼프가 내건 목표 성장률은 연 4%다. CBO는 또 경제성장을 위해 도입한 감세 정책이 되레 세수 감소로 이어져 미국의 국가부채는 2018~2027년 9조4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년 전에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하루 평균 6700명 늘었는데 이 수치가 현재는 9800명, 2026년에는 1만17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에 비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이미 실업률은 충분히 낮다. 트럼프는 얼마나 더 많은 재정 적자를 수용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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