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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양해각서 들여다보니… 일본 로비에 두손 든 민권센터

‘이름에 걸맞지 않다’ 지적도
기자회견 6일전부터 보도 권고

일본의 로비라는 암초를 만나 사실상 좌초된 애틀랜타 민권센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제아무리 방해공작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 세계 인권의 성지인 애틀랜타의 민권센터(NCCHR)가 불과 3주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 지나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센터가 너무 손쉽게 일본 논리에 휘둘리며 합의를 파기했다는 진한 아쉬움과 탄식이 한인사회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민권센터와 건립준비위원회간에 맺어진 양해각서(MOU)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궁금증과 함께 민권센터가 어처구니없는 불이행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해주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양해각서는 9개의 세부 합의사항을 뒀다. 내용을 보면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양측이 공동으로 이행한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준비위가 지켜야할 것들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졌다.

소녀상의 주문, 제작, 이송, 설립 및 모금활동, 기자회견 및 미디어 홍보, 제막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준비위가 전담하도록 했다. 양해각서의 9번째 합의사항에 따르면 소녀상 건립에 필요한 목표액은 11만9600달러였다. 준비위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목표 모금액 10만~12만달러는 이 액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준비위는 목표액보다 더 걷힌 돈의 50%를 민권센터에 기부해야 한다. 만일 익명의 독지가 또는 한국 기업이 100만달러를 기부했다면 소녀상 제반비용을 뺀 약 88만달러의 절반은 민권센터에 기부되는 것이다. 준비위는 그동안 한국 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준비위는 또 4월로 예상했던 제막식 무렵에 민권센터에 5만달러를 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경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기관 또는 단체가 어디있겠는가라는 일리있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권센터가 ‘몽니’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일각에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적어도 흑인 민권 투쟁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민권센터라면 무엇보다 ‘인권’이란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결정했어야 하는데, 경제적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접근했다가 ‘기업들이 철수한다’는 일본 정부의 경제 논리에 압도당하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 또는 강제력이 없지만 이번 양해각서에서는 ‘상호동의(mutual consent)’에 따라 수정 또는 변경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는 일종의 부칙과 같은 조항이 눈에 띈다. 결정 번복 서신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녀상 건립 결정을 철회하기로 한 사실을 알리는 서신에 공동서명한 데릭 카용고 민권센터 최고경영자(CEO)는 “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위안부의 비극적 경험을 알리기 위해 준비위와 협력해 방법을 찾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아울러 양해각서에 담긴 4번째 합의사항에는 어떤 형태로든 미디어가 취재 요청을 해올 경우 준비위는 결정 사실을 ‘공유(share)’ 할 수 있도록 민권센터의 담당 직원에게 연락이 닿게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 중앙일보는 준비위가 지난달 9일 공개 기자회견을 열기 전인 7일 즈음 소녀상 건립 결정 사실을 민권센터 측에 확인, 보도했다. 양해각서 대로라면 공동 기자회견 전에 센터측에 확인하고 결정 사실을 보도한 것은 합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한편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준비위원회(위원장 김백규)는 또다른 물색지를 찾아서라도 반드시 애틀랜타에 소녀상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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