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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북방의 문' 닫지 말자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험악하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로 굳히려는 데 중국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중국은 대체로 외교적 대응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한국 국방부가 롯데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맺자 단교에 준하는 대응을 언급하며 대응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이고 있다. 아직 한국산 수입을 조이고 한국 관광을 막는 경제적인 조치에 한정되고 있지만 민간 차원 보복으로는 최고 수위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준 단교까지 언급하며 격앙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접점을 찾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 언론과 정계에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거나 '사드를 대선 이전에 배치해야 중국이 보복을 포기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사드 배치 사태에는 큰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단호한 태도를 보면 자칫 한국이 1990년부터 시작한 '북방 정책'의 활력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88년 집권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공산권 정책을 적대에서 화해로 180도 전환하는 '북방 정책'을 내놓는다. 공산권 국가와 화해를 꾀한 빌리 브란트 옛 서독 총리의 '동방 정책'에서 이름을 딴 북방 정책은 1990년 소련 수교, 1992년 중국 수교로 외교, 경제 등 전 분야에서 한국의 영역도를 다시 그렸다. 6·25 이후 적성국이었던 소련·중국과 수교로 한국은 일정 부분 냉전시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노태우 정부를 재평가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북방 정책은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었다.



중국 수교는 경제적으로만 지난해 수출 1244억 달러, 수입 870억 달러로 커졌다. 러시아와 무역량도 지난해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 시작은 북방 정책이었다.

사드로 중국·러시아와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아도 '북방 시대'까지 훼손하면 안 된다. 중국에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뚜렷한 대책이나 노력 없이 20여 년 동안 한국에 이익과 기회였던 북방 시대의 개방성을 버리고 냉전시대와 같은 단절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안심할 수 없다.

지금의 일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국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바다로 나오려 하고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대륙에 묶어두려 한다. 신냉전이 시작됐으며 한국이 첫 충돌 지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외 환경은 좋지 않다. 안으로는 탄핵으로 국가 리더십이 무너졌다. 북한은 잇단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새 행정부와 잽을 주고받으며 사드 배치의 빌미를 주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군사 동맹체에 확실하게 묶어둘 계산이고 중국은 사드 배치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교하며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한발 물러선 듯하지만 사드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드를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양자택일로 보는 순간 북방으로 가는 문은 좁아질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과 북방 사이의 문이 그 어느 때부터 위태롭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으로 통하는 문은 사실상 닫힌 상태다. 여기에 중국으로 가는 문을 위태롭게 하면 우리가 향유했던 북방시대의 이익은 다른 곳으로 간다. 중국과 일본이 외교적 갈등을 빚을 때 한국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과 수교를 위해 한국은 오랜 우방이었던 대만과 단교했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북방 정책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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