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등불 아래서] 엎어진 앞 수레 자국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남가주는 올해 겨울비가 내린 덕분에 봄꽃 구경이 쏠쏠할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꽃소식이 먼저 들리는 곳은 뜻밖에 사막입니다. 분홍색 저고리를 입은 샌드 버베나가 데스밸리에서 봄을 알린다고 합니다.

겨울이 지루하지만 않은 이유는 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시간이야말로 가장 경이로운 하나님의 섭리일 것입니다. 아무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시간은 우리를 변하게 하고, 웃게도 하며, 아프게도 하고, 그리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걸어온 시간은 우리에게 흔적을 남기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이들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꼭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어도 역사란 배우려는 이들에게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고, 현명한 나라를 찾기는 더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인간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배운다는 헤겔의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되나 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과거에서 배우든지, 자유로워지든지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한 시대에 뛰어난 신하였던 가희는 문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속담에 앞 수레의 엎어진 바퀴 자국은 뒤 수레를 위한 교훈이란 말이 있사옵니다. 진나라가 일찍 망한 이유는 잘 알려진 일이 온대, 그 과오를 피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을 밟게 될 뿐이옵니다. 국가 존망의 열쇠가 거기 있으니 통촉하시옵소서"



살펴보면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 주위에 수두룩합니다. 힘과 권세를 앞세웠던 그 많던 권력들이 어찌 되었는지, 거짓으로 저울을 속이던 금력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려 하면 그것이 개인이건 나라이건 결국 얼마나 많은 비극을 만들어 냈는지를 우리는 부서진 바퀴 자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구석진 대폿집 소주잔에도 나라 걱정이 있는데 양을 잡아 그 기름은 먹고 털을 깎아 입으면서 양의 무리는 먹이지 않는 어리석음이 여전합니다. 마틴 루터의 말처럼 권세는 있으나 동정심이 없고, 무력은 있으나 도덕성이 없으며, 세력은 있으나 통찰력이 없는 것이 이런 경우를 위한 말처럼 들립니다.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이 이르지 않았으니 서민의 마음에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봄이 꽃으로만 오겠습니까. 마음부터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정직과 공의를 믿는 이유는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봄은 돌아 여름이 되겠지만, 사막에서도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여일하십니다.

sunghan08@g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