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코스모스의 추억
요사이 아침 산책길에 코스모스 피어 있는 작은 꽃밭을 만난다. 작은 바람에도 한들거리는 여리고 고운 모습이 '소녀의 순정'이라는 꽃말 같아 정겹다.보통 코스모스의 개화기가 6월에서 10월이라고 하는데 성급한 캘리포니아의 코스모스는 그 새를 못참아 서둘러 세상에 나왔나 보다.
꽃은 하나님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만드신 것인데, 그때 제일 먼저 만든 꽃이 코스모스란다.
천지가 카오스(chaos) 즉 '무질서' 상태에 있을 때, 반대의 뜻인 코스모스(comos), '질서·우주'라는 의미로 꽃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면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고향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수지가 있었다. 지금은 '백운호수'라는 멋있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그때는 그냥 지명인 '청계저수지'라 불렀다. 가을이면 그 저수지 가는 길은 온통 코스모스 꽃밭이었다.
추석을 전후한 어느 가을 밤이었지 싶다. 유난히 달이 밝아서였을까. 우리 네 친구(남자 둘, 여자 둘)는 '코스모스 구경가자'며 꽃길을 찾아 갔다. 길 양편에 키를 넘기는 코스모스가 자지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날 밤, 하늘의 밝은 달빛과 그 달빛에 반짝이는 꽃잎, 꽃잎 흔드는 바람소리가 만들어내는 우주의 교향악을 들으며 환상의 꽃길을 걸었던 것같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아파트 단지가 된 그 코스모스 꽃길은 50여 년 전의 젊은날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안동철·충현선교교회 원로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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