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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 직선제 그리고 탄핵

김종훈 / 야간제작팀장

1987년 12월 16일. 대한민국에서 1971년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았다. 16년 동안이나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지 못한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2년 10월 유신헌법 제정 때문이었다. 그 해 12월 박정희는 '통일주체국민회의'의 99.9% 지지를 받고 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실상 투표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른바 '공산당 투표' '체육관 선거'였다.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제정한 이유는 장기집권.독재를 위해서였다. 1963년 선거에서 박정희(46.6%)는 윤보선(45.1%)을 간신히 눌렀다. 1967년 다시 대결한 두 사람은 51.5% 대 40.9%로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1971년 선거에서 박정희는 53%을 얻었지만 김대중(45.3%)의 추격을 당했다. 결국 1972년 유신헌법으로 군사독재 시대가 본격화 됐다. 1980년 광주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통일주체국민회의의 투표로 대통령이 됐고, 1984년에도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선 투표로 90.1%의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박정희 시대의 판박이였다.

이런 굴곡의 과정을 거친 한국 대통령 선출의 역사는 1987년 직선제를 되찾으면서 민주화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4차례의 대선에서 두 차례나 평생 야당만 할 줄 알았던 정치세력이 집권했다.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적 맥을 이어받은 '독재자의 딸'이 4년 전 대통령이 됐다. 자신의 아버지나 전두환처럼 폭정을 통해서는 아니었다. 직선제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이제 정부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대처럼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한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법을 난도질하며 독재를 꿈꾸지 못한다. 재벌과 결탁한 정부가 한국 최고 기업의 총수가 구속되는 것도 막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이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바로 그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한 단계 더 올라섰다. 때로는 후퇴하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리지만 발전하고 있다. 광장의 민주시민으로 우뚝 선 한국 국민들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의 역사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박정희 시대'의 유물을 1987년 이후 또 한번 무너뜨렸다.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당장 닥친 대통령 선거와 함께 한국 민주주의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벌 공화국'의 오명을 벗겨야 하고, 보다 더 민주적인 정치 제도를 확립해 국민들의 뜻이 최대한 반영되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를 꾸려야 한다. 대통령을 우선 잘 뽑아야 하지만 뽑은 후에도 제대로 살피고, 질책하고, 격려하는 그런 민주사회가 돼야 한다. 앞으로 더는 국민을 탄압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그래서 탄핵되는 대통령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주한인들도 탄핵 심판을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이제는 두 달간 대선 열기에 휩싸이는 한국을 보게 될 터이다. 순수하고 간절하게 고국이 잘 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한인들이 있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것도 걱정이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는 것도 걱정이다. 떠나온 고향에 부모를 두고 온 사람들처럼 한인들은 고국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고국이 잘되면 어깨가 으쓱하고, 고국이 힘들면 풀이 죽는다. 한국에서 해외동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싶어도 한인들은 고국에 대한 '짝사랑'을 마다하지 않는다. 순수한 짝사랑은 가슴이 설레기 마련이다. 고국이 탄핵정국을 딛고 바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행여나 해외동포들이 한국의 상황을 창피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많은 한인들은 오늘의 고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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