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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이 백호주의로 가는 건가"

[LA중앙일보] 발행 2017/03/15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3/14 20:25

김형재/사회부 차장

"우리는 2등시민이 아닙니다." 지난 9일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에서 데이비드 류 시의원(4지구)은 '직구'를 날렸다.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공직자의 센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류 시의원 표정에는 분노도 엿보였다. 시의원 입에서 우리는 2등시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니, 새삼 LA 시의원에 한인 한 명 정도는 내보내야 한다던 외침의 이유를 실감했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이민법 집행이 강화됐다. 연방 이민법 집행에 나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대놓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이민법에 따라 시민권자가 아닌 모든 이민자는 법 적용 대상이다", "중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른 이민자는 추방할 수 있다", "추방 대상을 특정해 집과 직장까지 찾아가 체포한다" 등.

트럼프 대통령 의중이 담긴 ICE의 행동강령은 약간 노골적이다. 죄를 저지른 서류미비자가 주요 단속 대상이라고 강조하지만 다른 효과도 노린 듯하다. 합법비자 및 영주권 소지자까지 잠재적 추방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이민법 변호사는 "ICE가 이민법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이민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민법은 합법비자나 영주권 소지자가 죄를 지으면 추방재판에 회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9일 기자회견장에서 이민자 법률지원 변호사는 "합법비자 및 영주권 소지자도 신분증명 서류를 늘 소지해야 하는가. 음주운전 경력이 재입국 거부에 얼마나 문제가 되는가. 체류 신분에 문제없는 이민자도 겁을 먹게 된다"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변호사는 "일단은 체류신분을 증명할 서류나 영주권 카드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데이비드 류 시의원이 직구를 던진 순간이다. 그는 "우리(아시안 등 소수계)는 미국에 와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다같이 세금도 내고 똑같이 일해요. 여러분 주눅 들거나 겁먹지 마세요. 그런 모습이 트럼프가 원하는 모습일 수 있어요. 헌법은 이민법에 상관없이 누구나 미국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등 시민이 아닙니다. 당당해 지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는 강화된 이민법에 법대로 대응을 주문했다. ICE가 찾아오면 '자신의 이름, 정확한 주소, 법원 판사의 서명'이 들어간 영장을 요구하고 일단 묵비권을 행사하면 된다. 전화 사용과 재외공관 영사조력 권리도 있다.

그럼에도 스튜워트 쿼 대표의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이민법 단속강화가 과연 '백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까. 쿼 대표는 "과연 백인 이민자가 아시안이나 라틴계 이민자가 지금 느끼는 불안을 똑같이 느낄까. 이민법 단속이 인종이나 피부색에 근거해 집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인종 프로파일링 사례를 취합하겠다. 소수계만을 대상으로 한 이민단속 행태는 법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단속 강화 여파는 한인사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장 합법비자 및 영주권 소지자 상당수가 재입국 거부 가능성을 이유로 한국행을 포기하고 있다. 체류신분에 문제가 없음에도 운전할 때나 타주를 오갈 때 불심검문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트럼프가 만들어 버린 위축과 불안의 생채기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백호주의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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