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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쑥 튀어나온 인종차별

조원희/디지털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난 뒤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은 탄핵을 선고하는 헌법재판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BBC 방송에 출연한 한 정치학 교수가 당황하는 모습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BBC 방송과 연결해서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심각한 코멘트를 하고 있었다. 그때 방 문이 열리고 켈리 교수의 두 자녀가 '난입'한다. 이후에 한국여성이 급하게 들어와 아이를 데리고 방을 나간다.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동영상을 보며 즐거워 했다. 유튜브 조회수만 2000만 건이 넘어갔다.

하지만 정작 이 동영상이 문제가 된 것은 이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고 나서 '저 보모가 해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언론조차 이러한 표현을 썼다. 타임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한국여성을 '당황한 보모'라고 지칭했다.

동영상 안에 나온 여성은 켈리 교수의 부인인 김정아 씨였다. 타임지의 표현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것이기에 큰 문제가 됐고 이후에 '당황한 어머니'라고 슬쩍 표현을 고쳤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왜 사람들이 동양인 여성을 자연스럽게 보모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저술한 바 있는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는 소셜 미디어에 "도대체 왜 사람들이 어머니를 보모로 생각하느냐"고 일갈했다. 앵그리 아시안 맨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필 유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여성이 복종하고 수동적이며 서비스직을 잘 수행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사람들은 이런 고정관념에 기반해 당연히 동양여성은 유모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연 중에 자신의 '인종차별적 의식'을 들킨 사람들은 당황해서 변명을 했다. 자녀의 생김새가 전혀 어머니와 닮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방을 나갈 때의 표정이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들이 본 '전형적인 보모의 표정'과 '남편의 중요한 인터뷰가 방해받았다는 것에 크게 당황한 부인의 표정'이 어떻게 다른지에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편견은 동양인 여성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LA타임스는 육아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멕시코계 미국 여성이 딸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보모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귀여운 하나의 비디오를 통해서 촉발된 인종차별 논쟁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얼마나 교묘한 방식으로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종차별적 관념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 나온다. BBC의 기사에 나온 한 네티즌의 반응이 이 사태를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편견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좀 더 똑똑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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