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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 13> 변화하는 결혼관과 가정관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한 학생이 사무실로 찾아와 면담을 요청했다. 지난 학기 내 반에서 공부했던 여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교회의 동성애자 사역(Church Ministry for Homosexuals)”이라는 주제로 페이퍼를 쓰는 중인데 내 의견을 자신의 페이퍼에 반영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왜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물었다. 그 학생은 두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2년 전 내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 생각났다. “오늘 2015년 6월 26일은 매우 슬픈 날입니다.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동성애자들이 50개주 어디에서나 부부로서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날을 예견하게 하는 조짐이 오래전부터 빈번하게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이 날이 닥치고 나니 슬픔이 가슴 한 구석에서 땅거미처럼 퍼집니다.”

사회 곳곳에 동성결혼 합법화의 조짐이 있었다. 그중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변화에서도 뚜렷한 조짐을 볼 수 있었다.



1950-60년대에는 “리브 잇 투 비버(Leave It to Beaver)”와 “파더 노우스 베스트(Father Knows Best)”라는 시트콤이 방영됐었다. 그 프로그램들은 부모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묘사했다.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을 서로의 사랑으로 해결해가는 내용이었다.

1970년대에는 “브레이디 번치(Brady Bunch)”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세 아들의 아
버지와 세 딸의 어머니가 결합하여 혼합가정을 이뤘고, 그 가정의 가족들 사이에서 일
어나는 일들을 방송의 소재였다. 그 가정 역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져 있었고, 사랑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존중했다. “파트리지 페밀리(Partridge Family)”는 어머니와 다섯 자녀로 구성된 가정의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었지만 서로 아끼고 위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했다.

1980년대에는 “달라스(Dallas)”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주인공 이윙(J.R. Ewing)은 가족의 일원이었지만 언제든지 가정의 가치관을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결혼관계는 유지했지만 사랑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는 탐욕과 재물로 대신했다. 80년대 말에 등장한 “써티 섬씽(Thirty Something)”은 전통적인 가정생활과 가치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에 둘러쌓인 가정생활을 다루는 내용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갈등을 묘사했다.

1990년대에는 “멜로우즈 플레이스(Melrose Place)”와 “NYPD 불루(NYPD Blue)”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들은 전통적인 가정관을 인정하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은 배우자에 대한 충실함이나 결혼 자체에 대해 적대적인 세상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이 프로그램들에는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은 조롱거리가 됐다. 동거, 성적 문란함, 동성애 등이 정상적인 것으로 표현됐다.

2000년대 말에 “모던 페밀리(Modern Family)”가 등장해서 지금까지도 방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로스 앤젤레스 지역에 사는 혼합가정, 동성애 가정, 그리고 전통적인 가정이 등장한다. 이들은 제이 프리쳇(Jay Pritchett)으로부터 시작된 가정들이다. 프리쳇은 젊은 외국인 여성과 재혼했다. 그 여성에게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다. 프리쳇과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동성애자로서 동성 파트너와 결혼해서 딸을 입양했다. 프리쳇과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한 남자와 결혼하여 세 자녀를 낳고 전통적인 가정을 이루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형태의 결혼과 가정이 서로 다를 뿐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님을 표현한다.

이런 조짐이 있더니 드디어 2015년 6월 26일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나와 면담
하기를 원했던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성결혼의 합법화로 인해 동성부부들이 양지로 나와 내 곁에 성큼 다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때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관해 어떤 생각과 자세를
갖게 될까? 아이들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할까?
동성결혼 합법화가 발표되자마자 그에 관한 글들이 삽시간에 페이스북을 도배했다. 대부분 착잡해 하고 씁쓸해 하는 내용의 이야기들이었다. 간혹 미국과 미국의 가정들이
종말을 맞은 것처럼 비관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좌절하고 포기할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동성애에 관련되어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돌이켜
보고,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숙고하여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이민자 부모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성과 결혼에 관해 올바른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녀들에게 바른 정의를 가르쳐야 한다. 성과 결혼에 관해 부모가 자녀들에게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면, 자녀들은 친구들이나 TV 또는 영화를 통해 잘못된 가르침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 미국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인간의 성과 결혼에 관해 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단지 학교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시간이 없다고, 영어가 딸린다고 핑계대기에도 너무 중요한 문제이다. 교회의 청소년 담당 사역자들이나 담임목사와 상의하여 자녀들과 이 문제에 관해 소통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좋겠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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