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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애국 카톡'에 갇힌 우리 엄마
최주미 / 디지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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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7/03/2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3/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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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초보 엄마 시절의 얘기다. 신생아실을 찾아가는 복도 입구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응애의 합창 속에 내 아기의 울음 소리가 또렷이 구분되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교문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까만 머리통들 사이로 언뜻 움직인 아이의 뒷통수를 단박에 찾아낸 안경잽이 엄마의 신공도 그 무렵의 기적이었다. 모성 본능인 줄만 알았다. 진실은 단지 모성 본능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증명했다. 흰색 셔츠를 입은 3명과 검은색 셔츠를 입은 3명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는데, 실험 참가자에게 1분간 흰색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했다.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천천히 등장해서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퇴장하는 장면을 삽입했다. 놀라운 것은 실험 참가자의 42%가 고릴라의 등장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흰색 셔츠의 패스에만 집중한 탓이다.

인간은 나의 이익과 안전과 신념에 밀접한 정보들에 최우선으로 반응하고 두드러지게 인식한다. 생존 본능과 인지 기능의 절묘한 마술이다.

최근 대다수 지구인의 정보 유통을 책임지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이같은 인간 본성을 겨냥한 개인화 서비스(라고 쓰고 마케팅이라고 읽는다)가 한창이다. 구글은 '랭크 브레인' 이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해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욕망까지를 파악한 검색 결과를 제시해준다. 때문에 검색 결과 페이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친구' 라는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에서는 보고싶고 듣고싶은 것만 취하는 편식의 기회가 더 많다. 친구가 관심을 보인 소식이 내 뉴스피드에 노출되면 여기에 나도 행동하게 되고 그 사실이 다시 내 친구들에게로 전달되어 기하급수적인 확산 레일을 타게 된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친구 중에서도 나와 더 친한 친구의 소식을, 내가 여러 번 좋아한 미디어의 소식을, 내가 그간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고백해준 내 취향과 가치관에 최적화된 뉴스들을 '우선적으로' 선별 제공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상치되는 관점의 소식들은 아예 볼 수 조차 없다. 초첨단 IT기술의 친절한 맞춤 서비스를 안락하게 누리는 동시에 나를 지나치게 잘 아는 빅브라더의 통제를 허용하는 셈이다.

때문에 보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유지하려면 몇가지 트릭이 필요한 요즘이 됐다. 반쪽짜리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면 인공지능과 개인화 엔진을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 별 관심 없는 링크들을 의도적으로 클릭하거나 페이스북의 차단된 친구를 해제하거나 일베나 민중의 소리를 고루 찾아가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눌러서 엔진이 자기 맘대로 내 의도와 욕망을 예단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진실로 나를 둘러싼 다양한 세상을 고루 만나고 편협한 아집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다면, 덩치 큰 고릴라를 채 못보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면 말이다.

모시모시 전화기로 시작해서 아이폰 세븐 플러스까지의 세월을 겪고 있는 팔순 엄마의 요즘 카톡은 열혈 애국지사로부터 전송받은 한국 정치 뉴스로 빼곡하다. 그걸 통해 한국 정치를 판단하는 눈치다. 엊그제는 한술 더 떠서 "M뉴스 틀어줘. 거기가 애국하는 뉴스란다" 하신다.

간곡히 말씀 드렸다.

"엄마, M만 보지 마시고 J도 보세요. 아니면 S라도 보세요. 하나만 고집하지 말고 두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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