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기 독자기고]할머니 기제사
할머니 기제사이병기
정월 대보름달
환하게 웃고 오신 할머니
밤하늘을 대낮으로 비치시며
손을 이마에 얹고
강 건너 반가운 손님 오실까
내다보시던 할머니
눈이 다 망가질 때까지
평생을 기다리셨네
오늘은
이 손자 잠만 자지 말고
마중 나오라 오셨네
기제사 날이라도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기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할머니를 위한 연미사는 신부님께 부탁드렸고요...
그것만으로 부족하셔서
기어이 나와 보라시네
너 이제 괜찮다고
머리 감싸고 가슴으로 안아주시네
반가움의 눈물 또 보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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