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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대입 시즌은 자녀를 격려할 때
장 연 화 / 교육연구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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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7/03/2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3/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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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는 기사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최대 영화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는 단편영화상 같은 거다. 하기사 요즘 할리우드의 시상식장은 정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작은 영화, 그것도 외국서 만든 영화에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

올해는 '싱(Sing)'라는 제목의 헝가리 영화가 상을 받았다. 영어로 '노래'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헝가리 언어로는 '모든 사람'이라는 뜻이다. 무대는 1991년 부다페스트. 새로운 초등학교에 전학온 여학생이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학교의 합창단에 들어가면서 겪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여학생인 '소피(Zsofi)'는 전학온 학교에서 리자라는 학생과 친구가 된다. 소피는 누구든지 단원이 될 수 있다는 모집 안내를 보고 합창단에 들어간다. 노래를 좋아하는 소피는 합창단 연습시간마다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이 합창단은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유명한 합창단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도 교사는 그녀의 노래실력을 탐탁해하지 않는다. 이번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 스웨덴 여행 기회가 생기는 교사는 소피를 결국 불러낸다. 그 자리에서 교사는 소피에게 합창 연습할 때 노래는 하지 말고 노래하는 시늉만 하라고 주문한다. 당황스러운 교사의 명령에 소피는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교사의 말에 복종한다.

하지만 친구 리사는 소피가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다그치는 친구에게 소피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리허설 시간에 친구 리사는 교사에게 항의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노래한다고 최고의 합창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는 교사의 대답을 들을 뿐이다. 게다가 교사는 노래를 못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싫어 비밀로 했던 것이라며 아예 공개적으로 소피처럼 노래하지 않는 합창단원들의 손을 들어보이게 한다. 혼자만 노래를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졌던 소피는 손을 드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놀랄 뿐이다.

영화 마지막은 어떻게 됐을까? 경연대회 당일 무대에 선 합창단은 목소리가 없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당황하고 화난 교사가 무대에서 퇴장하자 그때부터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노래를 힘차게 부른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영화 제목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대화(Conversation)'라는 인터넷 잡지를 통해서다. 한 음대 교수는 이 영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사실 노래부르고 싶은 학생에게 노래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이상해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런 일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28년동안 음악을 가르쳤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하고싶은 걸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나 선생이 일찌감치 아이에게 음악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노래를 하고 싶어도 재능이 없으니 하지 말라는 어른의 말을 듣고 하고 싶은 걸 접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굳이 음악 분야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아이가 좋아해도 재능이 보이지 않으면 "이건 재능이 없으니 그만하고 다른 걸 하는 게 좋겠다"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속 합창단 교사처럼 부모는 자녀가 그저그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려면 차라리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

대학 합격 통보 시즌이 시작됐다. 내심 원했던 결과를 받지 못해 낙심하는 부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알려주듯이 모든 아이들이 모든 걸 다 잘 하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해 인생의 한 과정을 마무리한 자녀가 이제 새로운 곳에서 하고 싶은 분야를 도전할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격려할 시간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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