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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사도세자의 정신병

[LA중앙일보] 발행 2008/01/1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1/10 17:31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몇 년전 필자는 '한중록'에서 사도세자가 보인 '의대증(衣帶症)'을 일종의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라고 단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의대증' 기술에서 "옷감을 얻지 못하면 사람을 죽이기가 순식간의 일이니"라는 구절을 보고 사도세자에게는 강박증 외에도 더 심한 정신병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한중록에는 세자가 주변의 나인 의관 역관들을 죽였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 나온다.

살인을 일삼는 정신병이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필자의 반복된 추론은 거기서 정지되고 말았다.

그 후 가끔씩 되새겨보던 어느 날 필자는 250년 전 조선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생각해 보지 못한 오류를 깨달았다. 그때는 세도가 집에서 종 한 명 때려 죽여도 범죄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왕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흉포한 행동은 되어도 살인범죄로 처단을 받을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수많은 살인이 나중에 사도세자를 뒤주에 감금시킨 한 요인은 되었지만)

왕자의 살인이 범죄 구성요건이나 정신병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해도 그 비인도적 참혹성과 잔인성 비계획적 폭발성과 예측 못할 포악함은 그대로 간과할 수 없었다. 예전에 왕자라고 해서 누구나 주위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이지는 않았다.

"심화가 나면 견디지 못해 사람을 죽이거나 닭 짐승을 죽여야 마음이 풀렸다"라는 구절을 보면 동물 학대증상도 확연하다.

성질이 나면 바둑판을 던져 부인 혜경궁 홍씨 눈을 상하게 하여 거의 눈망울이 빠질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죽인 나인의 머리를 베어 그 머리를 내관들에게 보일 정도로 잔인하기가 병적이었다.

그는 또 부왕 영조의 눈에서 벗어나면 유희하며 놀았고 심지어는 여동생이 죽어 보모가 애통에 잠겨있을 때에도 거리낌 없이 유희를 하고 활쏘기 칼쓰기 기예 같은 놀이에 빠졌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참방 나인에 손을 대어 임신시키고 여승을 몰래 입궁시켰으며 궁녀를 죽이고 몰래 왕궁을 빠져나가 관서지역을 유람하기도 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잔인하며 자신의 이익만 탐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으며 자기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반사회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특성이다.

한편 그는 부왕을 두려워하여 면전에서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신 속으로는 자주 부화가 끓어올랐다. 예를 들어 부왕이 능에 갈 때 따라가지 못하면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슬프게 울었지만 한편으로 부왕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심해갔다.

"병환 증세가 종이에 물들듯 하셔서 문안드리는 것도 점점 드물고 강연에 전일하지 못하시고 심중의 병환이시라 늘 신음이 잦아서 병폐하신 모양이니." 이 책 여러 곳에서 '울적' '격기' '울화' '부화'란 기술이 자주 나오며 한 번은 '부왕의 꾸중을 듣고 서러워서 그 길로 우물에 몸을 던졌다'라는 기록도 있다.

이런 행동은 모두 미국정신과학회에서 한국인에 한정된 문화적 정신질환 '화병(火病)'에 해당된다.

따라서 필지의 견해로는 사도세자가 '강박장애' '화병'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세 가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으리라고 본다.

참고로 이 글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만 근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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