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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당회가, 저는 목회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나성영락교회 박은성 담임목사 인터뷰
"세대간 다리 역할 가능"

미주 최대 한인교회인 나성영락교회가 40대 초반의 젊은 목회자를 담임으로 세웠다.

대형교회 청빙 사례들을 보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지난 12일 나성영락교회에서는 박은성 목사(42·사진)의 취임예배가 열렸다.

박 목사는 "(대형교회를 맡기엔) 너무 젊지 않느냐"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열려있고 다음세대를 위한 다리 역할이 가능하다. 소통을 잘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요즘 한국에서 세습 논란을 겪고 있는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20일 박은성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목사는 외로워질 수 있어
그래야 하나님 붙들어
하나님 사랑ㆍ이웃사랑 균형
그러한 건강한 교회 됐으면"


나성영락교회 5대 담임으로 박은성(42·사진) 목사가 취임했다.

박 목사는 이민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를 이끄는 것에 대한 중압감을 "긍정적인 부담감"이라고했다.

그는 서울영락교회 출신이다. 청년시절까지 영락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영락'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일 오전 10시30분. 담임 목사실 입구 앞에는 문패(담임목사 박은성)가 선명하게 붙어있었다. 전임자에 대한 불신임 문제로 논란이 됐던 교회가 다시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일까.

-담임목회는 처음인데.

"축하를 많이 받았다. 또 축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자리'에 대한 축하가 아니다. 청빙 과정과 취임에 이르기까지 내 의지나 욕심, 능력이 아닌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 인도하심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교회가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일을 언급하는 건 교인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영적으로 메말라 있고 갈급해 하는 교인들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목회에만 집중하고 싶다. 행정은 당회가, 나는 목양적인 부분만 생각하겠다."

(박 목사는 몇 초씩 생각을 한 뒤 신중히 답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단호한 면도 보였다. 본인의 견해도 뚜렷하게 밝히는 편이다. 당초 인터뷰 자리에는 장로가 동석하기로 했지만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1:1 인터뷰'를 제안하자 장로에게 양해를 구한 뒤 흔쾌히 수용했다.)

-여기는 장로가 센 교회 아닌가.

"어제 첫 당회를 했다. 다들 기대감이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물론 여기 오기 전에 '거기 가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들었다. 그러나 쉬운 목회란 없다. 이 교회, 저 교회 어느게 더 쉬울까를 고민한다면 차라리 비즈니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어쩔 때는 모르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지나고 보면 그렇더라."

-부임 전 어떤 생각을 했나.

"물론 하나님 앞에서 '교회'는 다 같다. 그러나 해외나 지역사회에서 이민교회로서 갖는 상징성은 있다. 그런 면에서 좀 다른 교회다. 경쟁하는 교회가 되기보다는 건강한 교회가 됐으면 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대한 균형이다. 한쪽에만 치우치다 보면 어느 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오자마자 리뉴얼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다. 장로, 목사, 각 분야 전문가 등이 모인 팀이다. 예배, 홍보 등 각 분야에 대해 환경적 변화를 고민하려고 한다."

-변화에 대한 반발도 있을 텐데.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 봐주면 좋겠다. 옷은 원래 갈아입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은 전통은 가져가고 안좋은 관습은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장로교 전통에 근거해서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박 목사는 할머니, 아버지가 모두 목회자였다. 그는 "할머니의 서원기도가 있었다. 목사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장로회신학대학(목회학), 컬럼비아신학대학원(신학석사), 드류신학대학원(기독교 윤리학 박사) 등 신학도의 길만 걸어왔다. 그리고 대형교회에서 사역도 해봤다.)

-엘리트 코스 아닌가.

"내 스스로 '엘리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코스를 밟기 위해 뭔가를 노력한 적도 없다. 단지 목회자가 되려고 내가 걸어야 할 길을 걸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꾸준히 걸어오고 있었다. 박사 학위도 마찬가지다. 목회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문적 열정이 있어 학위를 받았다. 단지 학위를 따려고 박사가 된 건 아니다."

-신학만 하면 '사회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인가. (웃음) 하나님이 성도의 삶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많이 하게 하셨다. 외가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 그분들도 여느 이민자처럼 어려움을 겪으며 사셨다. 나도 세탁소 가서 셔츠도 다려봤고 육체노동에서 오는 이민생활의 애환도 경험해봤다. 또 한국서 청년사역을 하면서 청년들이 직장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이나 고민도 들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박사과정 지원을 앞뒀을 때다. 당시 만삭이었던 아내가 교통사고가 났다. 토플시험 전날이었다.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 사역 준비도 해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그때 여러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진짜 고생한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 감히 힘들었다고 말하기가 참 그렇다."

(인터뷰 전 한 취재원으로부터 '소문'을 들었다. 박 목사가 부임전 당회에 사례비 등 대우 문제에 대해 먼저 기존의 조건을 줄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소문이 사실인가.

"그동안 교회가 담임목사에게 제공해왔던 '패키지' 같은 게 있더라. 하지만, 그런 대우가 앞으로 내가 전할 메시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됐다. 만약 그런 게 갈등이 된다면 나 자신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례비 등) 어느 정도의 조건인가.

"자세히 밝히기는 좀 그렇다. 교회가 차를 해줬는데 '소나타'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검소하다고 생각해도 교인중에는 더 어려운 분이 있지 않겠나. 민감할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

-대형교회 목회실의 문턱이 너무 높다.

"권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교회 질서나 사역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부드러운 권위가 필요한 것이다. 겸손도 '무조건'이 아닌 지혜로운 겸손이 필요하다. 권위가 '나 자신'을 위할 때 교인과 멀어진다. 이 부분에 대해 균형을 잡는 게 과제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비서 같은 걸 둘 생각은 없다."

-목사는 '외롭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외로워지지 않겠는가. 교회 크기에 상관없이 내 고민을 다 내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좀 외로워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을 더 붙들지 않을까."

(인터뷰 중 최근 한국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교회 신뢰도 조사 결과를 꺼냈다.)

-교회들이 어렵다. 그럼에도, 왜 '교회'는 중요한가.

"외부의 시선을 안다. 공감하고 이해한다. 교회가 거룩성을 잃지 않고 물질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다만, 교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나 물질적 도움이 아닌 복음을 통한 영적인 위로를 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부분을 교회가 해줄 수 있다. 또 살면서 봉사라든지 사회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지 않느냐. 그 기회를 복음의 가치를 통해 교회가 제공해줄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명성교회가 사회적으로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박 목사는 이 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그는 부목사로서 아버지인 김삼환 목사와 함께했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와는 유학시절을 보낸 친분이 있다. 그는 논란에 대해 기자에게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다소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비보도'를 당부했다.)

-만약 본인에게 교회와 사회가 상충하는 이슈가 생긴다면.

"그래서 기도가 필요하다. 그런 이슈는 기도와 소통의 문제라고 본다. 여론도 잘 수렴하고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하지 않겠는가."

-어떤 목사가 되고 싶나.

"어떤 그리스도인은 없다. 예수를 따라 살기로 결단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다. 목사도 마찬가지다. 아마 건강하지 않은 목사가 많아서 '어떤 목사'가 있는 것 같다. 목사란 말 안에는 많은 뜻이 포함된다. 말 그대로 '목사'가 되고 싶다."


글=장열 기자·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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