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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연탄가스의 기억

지상문·파코이마

춥고 배고프던 1960년대의 사건 하나가 가끔 떠오른다. 팔당댐 공사현장의 일이다. 강이란 원래 산 사이의 골짜기를 비집고 흐르게 마련인데 그 골을 타고 불어오는 칼바람은 시베리아 북극 바람과 맞먹었을 테다. 작업장에는 밤새도록 쇄빙선이 돌아 강물이 얼어붙지 않게 하던 겨울의 한복판이었다.

얼핏 잠에서 깨어 변소를 찾았다. 속옷 차림으로 나갔는데 왜 나갔는지 확실치 않다. 함박눈이 발목을 넘게 펑펑 내리고 있는데 그 눈 바닥에 누워 중얼중얼 하더란다. '이러다가 내가 죽지' 하고 있던 나를 현장 경비원이 발견해 방으로 끌고갔는데 웬걸 같이 자던 동료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우리 두 사람은 며칠을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때의 치료제라고는 동치미나 김칫국물을 마시는 것뿐이었다. 가스중독으로 뇌에 손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일은 뉴스거리도 아니게 매일 일어나곤 했던 때다.

연탄은 그렇게 약도 주고 병도 주고 북망산천도 주었다. 수입 천연가스로 편하게 살아가는 이즈음 젊은이들은 그 무슨 전설 같은 소리냐고 물어오리라.



사윈 연탄재가 골목길 얼음판에 뿌려져 지나는 이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타버린 연탄재가 시인의 입에서는 시가 되어 나오는데 무척이나 놀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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