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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해금을 허하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03/24 레저 2면 기사입력 2017/03/23 17:37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작년 11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에 등장한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에 관해 기고한 적이 있었다. 시타르는 페르시아의 세타르가 인도로 건너와 현지화 된 악기인데 비틀즈, 지미 핸드릭스, 롤링 스톤즈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면서 인도라는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 넘는 대중화를 이룰 수 있었다.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중국계 작곡가 탄둔은 자신의 작품에 중국 전통악기를 종종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는 윤이상의 작품들은 한국적인 색채가 진하게 담겨있다. 그러나 한국 전통악기를 위한 독주곡을 남기지는 않았다. 저명한 일본 작곡가 토루 타케미츠가 일본 전통 관악기인 샤쿠하치나 현악기 비와를 위한 작품을 남기고 일본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작품을 남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9월에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어 공연을 가졌던 중국의 광둥 국립교향악단은 자국의 대표 악기인 얼후를 독주악기로 내세웠다. 몇 년 전 밀워키 심포니가 카네기홀 연주를 가졌을 당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올리스트 웨이양 린은 이날 연주에서 얼후 연주자로 초청되어 무대에 섰다. 인도의 시타르 만큼 많이 등장하는 아시아권의 악기는 얼후이다. 실제로 많은 작곡가들은 얼후를 위한 작품쓰기에 대해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해금 연주자 여수연은 작품이 늘어나고 연주가 많아질수록 악기가 발전하고 새로운 연주법도 개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에서 12년 간 해금 연주자로 활동했던 그녀는 최근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두 차례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능성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나 활동하는 해금 전문 연주자가 전무하기도 했고, 아무런 편견 없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작업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많은 경우, 작곡가들 혹은 다른 연주자들과 협업을 할 때 본인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쓰여진 곡을 수동적으로 연주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지난 3월 6일 맨해튼 소재 머킨 콘서트홀에서는 흥미있는 공연이 열렸다. 뉴욕을 중심으로 꾸준한 연주를 펼치고 있는 챔버 오케스트라 앙상블212은 이날 연주에서 4곡의 현대곡을 선보였다. 특히 도널드 워맥과 토마스 오스본이 작곡한 해금 협주곡 두 곡이 연주됐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해금이 독주악기로 소개되는 것을 미국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두 곡을 한꺼번에, 게다가 두 명의 다른 미국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무대였다. 이날 연주된 해금 협주곡 이외에 한인 작곡가인 제임스 라의 두 작품도 함께 연주되었는데 특히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뉴욕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단원인 오주영의 연주로 초연됐다.

해금이 됐건 태평소가 됐건 이러한 악기가 무대나 음반 혹은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알려지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연주자들이 꾸준히 길러지고, 이들이 활동할 무대와 기회가 확보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이들 악기를 위한 불후의 명작이 나와야 하는 것은 필수다. 한국은 물론 세계 어디서나 연주될 수 있을만한,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관객들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만한 그런 작품 말이다. 라비 샹카르와 그의 작품들은 시타르라는 악기를 클래식 음악세계에 소개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은 그의 천재성을 모차르트의 견주어 말했을 만큼 라비 샹카르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작곡가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리고 3월 6일 공연을 기획한 한인 2세 지휘자 이윤재 감독처럼 생소한 악기를 위해 작곡된 작품들을 용기 있게 무대에 올려내는 역할도 필요하다. 훌륭한 연주자와 작품이 존재하더라도 앙상블212 챔버 오케스트라의 과감한 결정이 아니었다면 뉴욕 한 가운데에서 이런 공연을 만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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