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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LA중앙일보] 발행 2008/01/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1/24 18:31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영국 시인이며 성직자였던 존 던(John Donne)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고 인생의 허무함을 느껴 우울증에 빠져든 적이 많았다.

어려서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 가톨릭 신부를 은닉한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역병에 걸려 죽은 형. 그가 성 바울 성당에서 10년 간 봉직하고 있을 때 천연두가 세 번이나 돌았고 그 때마다 무고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죽어 가는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또 그는 경제적인 고통 가족의 파괴 종교적인 탄압 등 힘든 일들을 무수히 경험했다. 앤과 결혼한 후 13년 간은 심한 궁핍에서 피할 수 없었다. 그런 탓인지 그는 자주 두통 복통 통풍을 앓았으며 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어떤 질병이 나를 공격해 온다 할지라도 나는 내 손아귀에 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어떤 치료라 해도 내 심장에 칼로 꽂을 만큼 빨리 찾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피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러 자결하는 방도를 심각하게 고려한 듯 하다.

그는 앤과의 사랑이 방해를 받아 투옥되었을 때 자살을 기도한 바 있고 일생에 걸쳐 여러 차례 자살을 생각했으며 자살에 대한 정당성을 처음으로 영어로 기술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죽음에 대해 거의 강박적일 정도로 자주 다루었다. 죽음은 54편의 가곡과 소네트 중 32편에서 주제로 나타난다. 그러나 죽음에 항복하거나 좌절한 적은 없다. 그는 고통스러운 질환에서 회복되어 가는 도중에 자주 명상을 한 다음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은 그의 '명상록 17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섬이 아니다. 그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에 불과하며 대양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유럽의 한 조각이 바다로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바다로 향한 곶이 사라져도 마찬가지고 당신이나 친구들의 영지가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죽어도 내 존재는 감소된다. 나는 인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종이 울려도 사람을 보내 알려하지 말라.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

헤밍웨이의 장편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의 제목은 존 던의 명상록에서 인용했다. 그 답이 '종은 바로 당신을 위해 울린다'란 것까지 아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섬이 아니다'란 구절이 이 시에서 인용된 것을 필자는 몰랐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고독은 우울병이 아니나 불편하다는 것 노년기의 고독을 사회가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 글을 쓰면서 부끄럽게도 이 구절을 출처도 모른 채 이용했고 제목으로도 사용했었다.

이 시는 지금도 큰 감동을 준다. 지금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모두 21세기에 죽는다는 점이다. 나는 한 인류에 속했음으로 누가 죽어도 내 존재도 점차 감소한다. 이라크에서 무고하게 죽어 가는 민간인들이나 북한이나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어린이들도 결코 남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땅 한 조각이 씻겨도 유럽의 한 부분을 잃는 것으로 느낀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려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시인 존 던은 그 오래 전 시절에 이미 죽음의 공포나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여 인류의 유대감과 상호 책임감 만인 박애사상 등을 주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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