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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술'에 되레 당한 트럼프

법안 좌절시킨 공화당 강경파
트럼프 책 '협상의 기술' 연구
협상에서 그대로 활용해 승리
CNN "트럼프는 책대로 안 해"

"트럼프의 자서전 '협상의 기술'에 써 있는대로 협상한 프리덤 코커스(공화당 내 보수강경파 의원모임)는 승리했고, 정작 자신이 쓴 대로 안 한 트럼프는 패배했다."

CNN은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법안'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를 좌초시킨 배경에는 트럼프의 협상술을 용의주도하게 분석하고 협상에 응한 프리덤 코커스의 '맞불 전략'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던 트럼프로선 스타일을 구긴 셈이 됐다.

지난 24일의 표결을 1주일 여 앞둔 어느 날 오후 워싱턴 의사당 하원 레이번 건물.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케어 대책 마련 차 모인 자리에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이 나타났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 당시 TV토론 등에서 트럼프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중도 사퇴했던 인물. 프리덤 코커스 소속도, 하원의원도 아닌 폴 의원이 참석한 것은 '트럼프 협상술 주입'을 위해서였다. 폴 의원은 등 뒤에 '지렛대를 활용하라(Use your leverage)'는 플랫카드를 내걸고 왔다.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최악의 협상기술이다. 상대방은 피 냄새를 맡게 되고, 당신은 곧 죽게 된다."

다름아닌 트럼프가 '협상의 기술(표지)'에 쓴 내용이었다. 1987년 출간된 이 책에는 트럼프가 일찍이 부동산 재벌로 올라서기까지 숱한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서 체험해 얻은 협상 기술, 협상 철학이 담겨있다. 폴 의원의 조언을 통해 프리덤 코커스 사이에는 "지금 협상을 원하는 건 우리보다 하원의장, 나아가 백악관"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린 급할 게 없다"는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폴 의원은 '협상의 기술'에 적혀 있는 트럼프의 핵심 협상술 몇 가지를 발췌, 요약해 코커스 의원들에 문서로 배포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협상을 할 때는) 생각을 크게 하라(Think big!)"는 것. 이 또한 '협상의 기술'이 제시한 핵심 협상술이었다. '오바마케어'의 완전 철폐를 주장하는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에게 이 메시지는 '무늬만 폐지'에 불과한 트럼프케어를 끝까지 거부하는 동력이 됐다.

또한 트럼프가 책에서 "누군가 '이제 난 이 거래에 관심이 없어졌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난 이 거래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야' 혹은 '이게 마지막 오퍼(offer.제안)는 아니야'란 뜻이나 다름없다"고 적은 것도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에 상당한 '교육 효과'를 안겼다. 트럼프는 표결 전날인 지난 23일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의회로 보내 "트럼프케어 협상은 이제 끝났다"며 '최후 통첩'을 했지만 프리덤 코커스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꼼수'를 이미 읽고 있었던 것이다. CNN은 "프리덤 코커스의 앤디 해리스(메릴랜드) 의원이 기자들에게 '아직 협상이 끝난 건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런 (트럼프가 가르쳐 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막판까지 법안에 반대한 프리덤 코커스는 백악관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며 결국 '법안 철회'라는 최종 승리를 이끌어냈다.

실제 공화당 내 상당수 의원들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혹은 이번 트럼프케어 법안의 협상을 위해 트럼프 자서전을 숙독해 왔다고 CNN은 덧붙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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