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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소수들의 행진

김완신 부국장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주류는 '백인 남자'였다. 미국이 다인종 사회고 여권이 신장된 나라이기는 해도 여전히 정치의 주류은 백인 남성이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는 여성과 흑인이 주류로 나서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이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은 '여성' 힐러리 클린턴과 '흑인' 버락 오바마에게 집중돼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면서 힐러리와 오바마의 대결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대통령 선거를 한편의 '정치 드라마'라고 한다면 흥행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인류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인 남성과 여성의 성별 갈등이 있고 여기에 미국이 당면한 인종문제까지 포함돼 있다.

더욱 대결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두 후보 모두가 '주류'와 '소수'를 하나씩 공평하게 갖고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에게 '백인'은 '주류'이고 '여성'은 '소수'인 반면 오바마에게 '흑인'은 '소수'이고 남성은 '주류'다. 단순 평가로 본다면 두 후보의 전력은 동일하다. 힐러리의 경우 '여성'이 핸디캡이라면 '백인'은 장점이다. 오바마에게 '흑인'은 약점이지만 '남자'는 강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 후보의 정책보다는 인종과 성별에 관련된 사안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승리는 제시 잭슨 목사를 연상시킨다"는 인종편견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는 잭슨 목사처럼 오바마가 흑인 인구가 다수인 지역에서 승리해도 최종 경선에서는 탈락할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반면 오마바 진영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나친' 힐러리 지지 유세를 비난하면서 남편의 후광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여자 힐러리의 한계를 은연중에 거론하기도 했다.

백인 남성이 대세인 정치판에서 여성과 흑인은 소수일 수 밖에 없지만 이런 두가지 '장애'(?)를 딛고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 경우도 있다. 셜리 치솜은 1972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최초 여성 의원에 최초의 대통령 후보 경력까지 붙였던 그녀의 삶은 다큐멘터리 영화 '치솜 '72'로 소개되기도 했다.

후보로 나서면서 치솜은 대중들이 그녀를 '대통령 후보'로 봐주기 원했지만 대중들의 생각에는 '흑인 여성 후보'가 더 깊이 각인돼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경선은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대결구도다. '대통령 후보' 힐러리와 오바마의 본 모습은 사라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과 여성 표심이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두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성별과 인종적 요소가 표심을 좌우하고 있다.

올해 대선은 미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결코 피부색이나 성별을 따지려는 선거가 아니다. 각 후보들의 정치적 역량과 자질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나는 흑인이 자랑스럽지만 흑인 후보가 아니고 또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지만 여성 후보도 아니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출마한다."

치솜이 72년 대선에 나서며 한 말이다. 36년전의 언급이지만 인종과 성별 문제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지금의 대통령 선거를 경계하는 외침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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