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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 구속과 희망의 정치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 착잡한 마음은 모두가 같았으리라 여겨진다. 구속에 대한 입장을 떠나 한 나라를 책임지고 대표했던 대통령의 몰락은 역사에 다시 한번 상처를 남겼다.

한국의 첫 대통령인 이승만은 장기집권을 노리고 부정선거를 일삼다 하야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두 번째 윤보선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뒤 하야했다. 세 번째 박정희 대통령은 무려 15년 동안 군사독재를 이어가며 폭정으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다 부하의 총격에 숨졌다. 네 번째 최규하 대통령은 또다시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고, 수천 명의 시민들을 학살하며 정권을 잡았던 5.6번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결국 반란.부패 죄목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사면됐다.

이후에도 대통령들의 수난은 계속된다. 7.8번째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은 부정.비리로 옥살이를 했고, 9번째 노무현 대통령은 부인의 뇌물 수수와 관련한 수사를 받다 자살했다. 10번째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 큰 탈이 없지만 퇴임 후 의혹과 고소.고발이 쏟아져 아직도 화근의 불씨가 살아 있다. 그리고 11번째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됐다.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한국의 정치는 대통령들의 역사만 보면 아직도 후진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피해 하거나 외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민주주의와 올바른 정치를 위한 '희망'의 몸부림은 다른 나라들에 못지않다. 특히 지금은 부정.부패.무능한 대통령을 국민들이 앞장서 구속시켰기에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 영국 리버풀에서는 세계녹색당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국녹색당의 캐롤라인 루카스 의원이 '암흑의 시대 속 희망의 정치'를 연설했다. 그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를 위한 전 세계의 도전을 외쳤다. 그의 연설을 들으며 지금 한국의 상황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현재 우리를 마주한 도전은 변화를 위해 굳건히 서는 것입니다. 이 도전은 전 세계를 위한 도전입니다. 희망의 정치, 환경을 위한 정치, 평등과 정의를 향한 정치가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합니다. 희망의 정치는 그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희망은 냉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려와 걱정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희망은 우리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뿜어내는 에너지입니다. 희망은 어떻게 '이상'을 손에 잡히도록 하고, 그 다음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 현실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합니다. 희망에서 중요한 점은 어둠을 증오하기에 앞서 촛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어둠이 거대하게 엄습해 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린 촛불을 켜고 또다시 촛불을 켜야 합니다. 우린 기꺼이 우리와 함께 초를 켜는 이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린 공통의 문제에 대해 함께 연대할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합니다. 우린 우리를 분열시키고 낙담하게 하는 정치와 맞서야 합니다. 함께 우리는 긍정적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석유산업이나 도로건설 현장, 댐 건설 현장에서 그들에 맞서 몸을 바닥에 눕히거나, 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는 버스를 휠체어로 가로막거나, 벌목을 막거나, 우리 이웃의 삶의 터전과 그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등, 우리가 시도하는 이런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손을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구와 모든 생명들을 위한 역사 말입니다. '희망'의 역사는 바로 지난해에 지구온난화가 매우 심각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며 미래의 지구가 매우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앞선 세대와 후세대에게 빚을 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희망의 정치는 언제나 선택이란 걸 믿습니다. 옳은 정치가 옳은 선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새 대통령을 곧 뽑아야 하는 우리는 오늘의 상처를 아물게 하며 다음 정부가 '희망의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냉정한 권리를 계속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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