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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한식날에 생각하는 한국경제

최운화 / 유니티 은행장

4월 초에는 한식날이 있다. 한식 즉 차가운 음식을 먹는 날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에 얽힌 유래가 더 유명하다.

BC 7세기 중국 춘추시대의 두번째 패권을 쥔 진나라 문공은 60이 넘을 때까지 역경을 많이 겪었다. 공자 시절엔 아버지의 애첩이 난 자식에게 밀려 왕위를 뺐기고, 그 왕이 죽은 이후에는 동생에게 밀려 19년 간 망명생활을 해야했다. 망명생활 동안 생명의 위협도 많이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그와 그를 따르는 신하들은 거의 거지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망명생활 중 너무 배가 고플 때 그를 따르던 신하 중에 개자추라는 인물이 자기 허벅지 살을 잘라 고깃국을 대접했다는 얘기는(사자성어로 '할고담군'의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충심의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진다.

문제는 문공이 왕이 돼 금의환향한 후에 일어난다. 망명시절 고생을 같이 한 여러 명의 신하들의 이권다툼에 염증을 느낀 개자추는 낙향해 홀어머니와 살았다. 문공 역시 집권 후 바쁘다 보니 그를 잊었는데, 어느 날 자기 살까지 베어 고깃국을 바친 개자추가 생각나 그를 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문공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으로 숨어버렸다. 꼭 중용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름에 응하지 않는 반항에 화가 나기도 한 문공은 개자추가 숨은 산을 불태우라고 한다. 효심이 깊은 개자추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산에서 나올 것을 기대한 것이다.

의도와 달리 개자추는 그냥 불에 타 죽었다. 열국지에서는 개자추가 어머니를 살리고자 내려가자고 했는데 그 어머니 역시 대단히 강직해 개자추에게 너의 명예를 위해 같이 불에 타 죽는 것이 더 떳떳하다고 했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어쨌든 예상과 달리 최고의 충신, 가장 강직한 신하를 불에 태워버린 문공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면서, 반성의 뜻으로 그날 만큼은 불을 쓰지 말라고 했고, 그러다 보니 그날은 음식을 뎁힐 수가 없어 찬 음식을 먹어야하게 된 것이 한식 즉 찬 음식을 먹는 날의 유래다.

한국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정치적 혼란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거기에 북핵 문제와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교역축소까지 겪고 있으니 대불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다가왔었다. 이를 대처해야할 정부는 국정농단과 대통령 중심의 권력 지키기에 연연해 적절한 대처를 못하면서 시기를 놓친 듯해 많이 안타깝고 아쉽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자추가 염증을 느낀 가신그룹들의 전횡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는 없다.

시장주의 경제는 자유롭고 질서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성공한다. 권력이 시장을 교란하고 규칙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의로 바꿔나가는 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부패와 사회분열이 횡행하면서 몰락한다. 그래서 시장주의가 성공한 사회에서의 권력과 공직사회는 청렴성과 도덕성이 돋보이고 그것이 바로 선진화의 척도다.

한국경제도 실질적 선진국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가 주류가 돼야한다. 이러한 공직시스템을 위해서는 바로 다음 달 새로 탄생할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인물들이 개자추의 마음을 배웠으면 한다.

한식날이 있는 4월에 진나라 문공의 패업달성에 기초가 된 개자추를 기억해 한국경제에 필요한 깨끗한 정치권력이 나타나기를 기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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