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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 탓하는 트럼프

[LA중앙일보] 발행 2017/04/05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4/04 22:53

오수연/사회부 차장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실망이 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그에게 한 표를 던졌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이민 정책과 트럼프케어 등 그가 내놓은 여러 가지 정책에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그 또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정책을 다 배제시켜 놓는다고 해도 미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 현 미국 대통령에 존경을 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가장 실망스러웠던 순간은 지난달 24일이었다. 그날 내뱉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다른 정책을 내놓았을 때보다 더 큰 절망감으로 와 닿았다.

24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오바마케어 대체법안(AHCA), 일명 트럼프케어가 하원 표결에 부쳐지는 날이었다. 트럼프케어가 가결되기 위해서는 하원의석의 과반 216표가 필요했다. 민주당의 의원석이 193석인 것을 감안하면 공화당이 유리한 듯 보였다. 트럼프케어의 넘어야 할 큰 산은 하원이 아닌 상원 통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하원의 벽을 넘는데도 역부족인 듯 보였다.

반대편에 선 공화당 의원들의 설득을 위해 하루를 연기한 끝에 올리는 표결이었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철회를 결정했다. 결과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망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의회에 올린 첫 입법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철회 후 실망한 낯빛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백악관 기자회견에 섰다. "이번 법안의 철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전혀 지지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애초에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 없었다. 그리고 이를 국민들도 보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이번 법안 철회는 다수당이라는 좋은 조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발언을 듣고 '저 발언을 한 이가 바로 내가 사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실망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반문한다면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는 '책임과 권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권위가 없는 책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위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에게는 미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많은 권한과 권위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권한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바꿔말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미국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권위도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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