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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치 대법관 인준, 연방대법원은 '우향우'

[뉴스 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승리로 끝난 대법관 인준 표결

보수적 가치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평가
진보-보수 양분 상황에 '보수' 1표 추가
첨예한 대립 빚는 현안 판결에 영향 클 듯
추방 위기 한인 재 이씨 케이스도 '주목'


닐 고서치(49) 제10순회 연방 항소법원 판사가 대법관에 인준됐다.

상원은 7일 찬성 54, 반대 45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판사의 대법관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해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이후 1년이 넘도록 정치권이 공방을 벌여온 대법관 인준 절차가 마무리됐다.

민주와 공화 양당이 대법관 후보를 놓고 지난 1년 동안 벌여온 싸움은 대법원의 성향을 좌우하는 이념적 정쟁이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함으로써 대법원의 이념적 성향은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됐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 성향이었던 스캘리아 전 대법관 사망 이후 8명의 대법관들이 남아 있는데, 보수와 진보 성향이 4명씩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취임 직후 고서치 판사를 지명한 이유는 그의 원칙주의적 소신에 기반한 전통적인 보수 성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서치 대법관은 스캘리아 전 대법관을 '멘토'로 지칭하며 존경심을 보일 정도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법조인이다.

그는 '원문주의자(Textualist)'이자 '근원주의자(Originalist)'로 평가되고 있다. 즉, 헌법에 적시된 문장 그대로를 해석하고, 정치적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헌법이 작성될 당시의 의도를 바탕으로 법문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존엄사를 반대하는 책을 펴낸 일이다. 존엄사 합법화는 현재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그는 지난 2006년 존엄사 허용법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 '안락사와 자살 지원의 미래'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책에서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의도적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원칙적 이념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의 결정이 대법원 판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의 나이가 49세이고, 대법관이 종신직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대법원 판결은 보수적 가치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이념적 바탕은 한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구두 변론이 진행된 추방 위기 한인 남성 재 이(48)씨 상고심도 고서치 대법관의 의중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수 있다. 현재는 8명의 대법관 중 그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과 하급법원의 판결이 합리적이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어진 상태다.

이 외에도 대법관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재판들이 현재 대법원의 심리 채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3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다음 회기에서 다룰 안건을 채택할 예정이다. 대법원의 심리 채택을 기다리는 재판 중 하나는 총기소지 옹호자들이 제기한 헌법 2조에 근거한 총기소지 권리 확대다. 이들은 '집안에서'로 제한돼 있는 총기소지 권리를 집 밖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성애자 커플의 결혼식 서비스에 대한 거부 권리를 보장해 달라며 소상인들이 제기한 재판이다.

이들 이슈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졌던 문제들이다. 총기소지와 무장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총기규제를 거부하는 보수층과 총기소지는 더욱 심각한 인명 살상 사건을 초래한다며 소지 금지 정책을 촉구하는 진보층의 진영 싸움은 지금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 문제도 여전히 사회적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동성애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사회 한쪽에서는 동성애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이들 또한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 심리 안건으로 채택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선 오는 6월 회기가 끝나기 전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안건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투표법 개정에 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재판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회가 소수계 유권자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투표법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고서치 대법관의 원칙주의적 성향이 기득권에 유리한 판결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서치 판사가 현재 대법관 중 가장 오래 재직하고 있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서기(Clerk)를 지낸 경력에 주목하고 있다. 케네디 대법관은 기본적으로는 보수지만 사안에 따라 진보적 견해를 가진 법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월 고서치 대법관 후보 지명 직후 보도한 기사에서 "스캘리아 대법관 시절 대법원의 판결은 대부분 보수지만 가끔씩 예외적인 판결이 있었다"며 "그 예외를 만든 건 항상 케네디 대법관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고서치 대법관에게 케네디 대법관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서치 대법관은 오는 10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인도로 113대 대법관으로 공식 취임한다.


신동찬 기자 shin.dongch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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