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환경정의를 외쳐야 한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만들었던 주요 환경보호 정책들을 폐기시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은 형편없이 약했다. 당장 우리에게 닥칠 재앙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하지만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
유엔은 지난해 말 세계 어린이 7명 중 1명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돼 있고 해마다 어린이 60만 명이 이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고 밝혔다. 올해 또 유엔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2040년에는 어린이 4명 중 1명인 6억 명이 수질악화 지역에 살고, 깨끗한 물이 없어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30년 이후 연간 250만 명이 더 사망한다고 했다.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중국과 캐나다 학자 등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사망한 사람이 한 해 3만 명이다. 이미 지난 2007년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로 사망한 사람이 345만 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7년간 연평균 7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제 인류는 환경오염에 맞선 3차 세계대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이런 지경인데도 여전히 환경문제를 가장 큰 의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할 전 세계 정치권은 정치.사회.경제 정의와 민주화 다툼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환경문제가 주요한 선거 이슈가 되지 못했듯이 지금 한국 대선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정권교체' '적폐청산' '국민통합' 등 정치.사회적 구호만 외치고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전 세계 곳곳에서 더욱 골이 깊어지고, 사회정의를 파괴하는 부정과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정치는 자꾸만 최고 부유층의 '돈벌이'에 이용된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세계 곳곳에서 정의와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반드시 환경정의를 함께 외쳐야 한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차별 받는 소외계층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피해도 가장 많이 입는다.
환경정의의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많다. 기후변화를 과학자들의 헛소리라고 주장하는 미 공화당이나 대기업 소유주와 간부들은 자신들의 '돈주머니'가 헐거워 질 것이 두려워 환경정의를 그 어떤 요구보다 싫어하며, 기를 쓰고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시민들도 획일적인 경제성장의 틀에 사로잡힌 사고를 깨야 한다. 무조건 경제는 성장해야 하고, 산업은 발전해야 하고, 환경규제는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떨쳐야 한다. 환경정의는 또 국가 이기주의, 패권주의가 없어져야 이뤄낼 수 있다. 무조건 내 나라가 돈을 많이 벌고, 더 힘이 세지고, 그래서 강대국이 돼 '잘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에는 제 발등을 찍는다. 환경을 망치는 경제성장과 국가 이기주의의 성과물은 어차피 소수가 독점한다.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함께 친환경 산업으로 재빨리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한국 대선 후보들의 자질을 따질 때에도 뒷전에 밀려있는 환경정의에 대한 인식과 실천 의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과정에서 보았듯이 유권자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세계 곳곳에서 한국 제품이 잘 팔리고, K팝이 위세를 떨치고, 올림픽에서 주렁주렁 금메달을 달아도, 미세먼지에 콜록거리고 어처구니 없는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썩고 있는 고국의 모습은 병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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