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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뉴욕의 한국 작가 시리즈2 - 마종일
마종일 '물질과 정신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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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4/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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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에게 재료의 선택은 작가의 운명과 같다. 에바 헤세의 남편이었던 톰 도이엘 (Tom Doyle,1928–2016)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다. 톰 도이엘은 평생 나무로 조각한 작가로 그의 스튜디오 한 곳에는 쓰다 망가진 그라인더들이 큰 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그 힘든 창작 과정을 묵시적으로 전해주는 것 같아 진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미주 한인 일 세대 작가 중 돌 조각으로 일가를 이루신 한용진 선생님은 청력 손실로 노년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마 종일은 나무를 주재료로 대형 설치에서 가구, 캔버스형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로 그에게 나무는 생명이 있는 존재, 자연의 매개자로 동반됐다. 마종일 작가에 대한 글의 서두를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그의 작업, 그의 삶을 보면서 먼저 이 길을 갔던 대가들의 흔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가로서 힘든 과정들을 잘 견뎌내는 저력, 재료에 대한 작가의 진지함, 모색하는 실험 정신이 그의 작품 세계를 지지해 오고 있다.

작가로의 길

마종일의 작가로의 길은 늦깎이로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겨레 신문사에서 일하던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내일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로 예술가의 대망인 뉴욕으로 온다. 스쿨오브 비주얼아트를 2002년에 마치는데 자신이 어떻게 졸업을 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한다. 학비를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있었고 그럴 때마다 기적처럼 단비가 보내져 학교를 지속할 수 있었다. 힘든 수업 기간을 통해 얻은 것은 나무에 대한 그의 철저한 수련이고 믿음이었다. 전통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 중에는 그 기본을 익히기 위해 매일 서예로 마음과 정신을 다듬는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그런 구도자적 수행을 몸과 마음에 익힌다. 그는 졸업 후 낮 동안 일을 하고 밤에는 모두 퇴근한 스튜디오에서 나무와 대화를 하면서 작가로의 감각을 길렀다. 그에게 나무는 어릴때부터 같이 살고, 만들고 놀았던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깨달았고 이런 자연물로 그가 작업의 요소를 삼았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탄(Starn) 쌍둥이 형제 스튜디오 일에 적응되자 마종일은 진지하게 작가로서 삶을 모색한다. 이때 돌파구로 찾은 것은 자신의 고향과 가까운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2006년 나무 외에 담양의 대나무를 같이 사용하여 이들을 실로 연결한 설치 작품을 광주 비엔날레가 있는 중외 공원에서 처음 선보인다. 2009년 인천 여성 비엔날레에서는 전시장 외부에 거대한 대나무 구조물로 감싸는 대형설치 작품을 제작해서 해서 주목을 받았다. 대나무의 곧은 직선과 휘어지는 특성을 잘 살린 이 작품은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르고 다듬어 일부는 채색 과정을 통해 제작한 것으로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다. 미종일 작가는 이런 대형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나무를 이용한 건축적이며 유동적인 이미지를 장소와 잘 어울리게 하는 작품(site-specific)을 하는 설치 작가로서 언어를 구축해간다. 실내에 설치작품을 한 랩 갤러리 전시(2009)는 붉은색, 노란색, 녹색 등 자연스럽게 채색된 색과 추상 표현주의 작가의 큰 브러쉬 터치가 3차원의 공간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추상적인 이미지에 붙여진 “아무도 나를 알 수 없지만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것 같아.” 처럼 네래티브가 있는 제목들이다. 약간 불안해 보이는 유기적인 구조와 은유적 제목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 즐거움, 위험, 흥분, 고요함 같이 끝없이 움직이는 내면의 감정들, 갈등, 그리고 그것들의 묘한 균형을 제시하고자 했다.

좌절은 작가를 숙성시키는 쉼표

그의 외부 설치 작품 중 2008년 소크라테스 조각 공원에 설치한 작품 제목은 “달콤한 여름 핑크 복숭아보다 조금 더 큰 것을 당신께”로 총 150피트 길이, 30피트 높이를 가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허드슨 강 동부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이 조각 공원은 매년 작가를 선정해 야외 조각전을 펼친다. 그는 이 전시에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했다. 여름 한 달을 그늘도 없는 공원에서 하루에 10시간씩을 작업해서 완성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오프닝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분 것이다. 강한 비바람에 구조물의 한쪽이 주저앉고 만다. 그 순간 그가 느꼈을 좌절은 무엇으로도 표현될 수 없었다. ‘인생은 어차피 빈손으로 시작한 것…’ 그는 쓰러진 구조물을 다시 세우며 인생을 배워야 했다. 좌절을 극복하고 작가로 열전 하는 그에게 세상은 또 실험을 던진다. 그가 일했던 스탄 형제가 메트로포리탄 뮤지엄 옥상 갤러리에 “빅 뱀부” 작업을 설치한다. 마종일은 이 작품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스탄 형제들은 사진작업에 라이트박스를 주로 사용했는데 갑자기 대나무를 끈으로 연결하는 설치작품을 한 것이다. 그는 작가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대항했지만 세상은 진실보다 파워 게임에 우선했다.

새로운 모색, 자연과 인간의 생명성 보기

세상의 힘에 대한 배신과 좌절을 체험한 후, 작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는 브롱스AIM비엔날레, 랜더스 아일랜드 프로젝트 같은 주요한 전시에 초대되었고 예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가구 제작도 시도해 본다. 그리고 나무에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을 더 해주는 플랙시 글래스를 함께 사용하여 기본 표현법의 변화도 시도한다. 이 두 물질의 만남에는 나무의 자연성과 다소 인위성이 강한 색의 대비,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과 화합이 있다. 그의 작품에서 추상적 이미지 외에 구상 이미지로 등장하는 동물이 있는데 그것은 “늑대”이다. 자연, 야생, 도시의 외로운 방랑자의 이미지를 가진 늑대는 그의 작품에서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서성인다. 또 그는 나무를 통해 체득된 생명에 대한 경외를 더욱 진지하게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마종일은 말한다.” 이 사회는 단편적이어서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풀어가는 것이 부족하다. 내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나와 남, 정신과 육체 같은 상대적인 것들을 상호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포괄적인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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