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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멕시칸 단상

박원선·라하브라

일상적인 산책으로 동네를 한 바퀴 거닐다 보면 어렵지 않게 작업을 하는 멕시칸을 만나게 된다. 한결같이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짓는데 머리가 숙여진다. 그 무거운 나무 등 짐을 어깨에 메고 가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그렇게 얼굴이 환할 수가 있을까.

하루는 또 동네에 침엽수가 울창한 나무 밑을 찾아 심호흡을 할 셈으로 찾아다니다가 공교롭게도 그들의 런치 타임, 휴식 시간을 방해하게 돼 반사적으로 '익스큐즈 미' 하고 돌아섰는데 얼결에도 컵라면이 눈에 띄었다. 장정들이 힘든 일을 하고도 무겁게 먹어야 할 점심을 고작 컵라면이라니. 순간 측은지심마저 일었다.

그리고 인상적인 건 내가 실례를 했는데도 정색을 하지 않고 사뭇 미소로 괜찮다고 하는 게 무척 신통했다.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갑을관계를 철저히 하고 있지 않은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름 멕시칸들이 곧잘 살 때 우리 조상들도 멕시코로 가서 돈을 벌었다. 당시 그네들은 우릴 '에네켄'이라 불렀고 남을 부리고 살 때가 있었는데 미국의 홀대를 받고 살아가는 그들이 애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예전에 그 부지런하고 잘 살 수 있었던 그네들의 DNA는 어디로 가랴.

인류의 세력은 돌고 돈다. 10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왔도다 하면 가을이, 겨울이 오지 않던가. 멕시칸들에게도 넉넉했던 그 시절이 다시 오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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