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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칼럼]언론의 자유와 가짜 보도의 관계

허종욱

1960년대 초반 박정희 군사 정권 시절 한국 한 중앙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언론에 종사하고 있던 나는 경남·전남 농어촌 등지를 답사하며 보릿고개 현상을 토요일마다 특집으로 연재한 적이 있었다. 보릿고개에 겪는 식량난의 처참한 현상을 사진과 함께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전남지역 4곳을 마치고 경남 김해에서 취재하던 중 사회부장으로부터 취재를 그만두고 철수하라는 명을 받았다. 회사로 돌아가 보니 남산(중앙정보부가 위치한 곳)에서 파견한 담당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남산에서 파견한 담당관이 매일 각 언론기관에 들러 ‘사전협조’를 조정했다. 사전협조란 당일 나갈 기사를 사전 점검하여 군사정권의 요청을 관철하는 작업으로 일종의 언론탄압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연재했던 ‘보릿고개’는 북한이 좋아할 이적행위에 속하니 내용을 바꾸거나 즉시 중단하라는 남산의 요구였다. 사회부장과 나는 남산에 불려가 이른바 자술서를 쓴 경험이 있다. 당시 많은 언론기관은 언론탄압으로 사회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해 국민의 알 권리가 축소 내지 외면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두환 정권 때 언론 통폐합정책으로 극한점에 이르게 되었으며 양심 있는 기자들은 정책에 항거, 급기야는 해임 또는 퇴직 기자들이 속출하는 현상에 이르게 되었다.

그 후 일어났던 민주화의 물결과 군사독재의 종식으로 인해 언론탄압은 사라지고 언론의 자유가 제 자리를 잡고 언론기관들은 제구실하게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언론기관들은 어느 해 보수, 중도, 진보 등 세 갈래 이념을 중심으로 편집 노선과 방향이 갈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보수 쪽에 조·중·동이, 진보에 한·경이 자리를 굳히고 있었으며 나머지 중앙 일간지들은 중도를 지키거나 양쪽을 왕래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념에 따라 편집 노선과 방향이 다른 현상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보도하는 한 건전한 언론발전을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보장된 미국도 보수 중도 진보가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스는 진보,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수를 대표하면서 서로 건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몇 년 사이에 한국 언론에 아주 주목할 만한 변화가 두 가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과정을 거치면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편집 방향에서 이념의 개념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사실에 입각한 보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들이다. 어떻게 보면 보수언론은 은근히 몸체를 숨기고 진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에 불똥을 떨어뜨린 언론기관은 진보 쪽보다는 보수 쪽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언론들이 터뜨릴 때 사용한 취재 자료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 근거로 사용한 자료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국 몬머스대학이 실시한 언론에 대한 여론조사 발표는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 언론, 온라인 신문, 방송사들이 ‘가짜 또는 허위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매우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9%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응답자 가운데 63%는 이런 언론매체를 통해 상습적으로 또는 가끔 가짜뉴스를 접한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뉴스 매체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서 응답자의 80%에 이르고 있다. 미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하락 현상은 작년 대선 당시 일방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쳐서 보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언론탄압보다 언론 방종의 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왜 한국과 미국에서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지 한번 심각하게 비교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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