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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의과대학 6년 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시간은 의예과 2년 과정이었다. 특히 영어 지도교수였던 백인 여교수의 폴카와 왈츠 사교댄스 시간이 최고였다.

근대 한국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교수님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그중 한 분이셨던 김형석 교수님이 백세가 가까워져 오는 삶을 회고하며 쓰신 최근의 저서를 읽었다. 그분이 내린 행복의 정의가 인상 깊었다. 고생하며 사랑하는 때란다.

저자는 인생을 출생~30세의 1단계, 30세 이후~75세의 2단계, 75세 이후의 3단계로 나누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행동하도록 주관하는 두뇌인 전두엽의 성장은 25~30세가 되어야 완성된다. 따라서 30세 이전의 시기는 제2의 성인기를 위한 준비와 배움의 시기로 교수님은 간주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는 60~75세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하는데 미국인 학자들이 가장 행복한 기간으로 꼽는 70~75세와 겹친다.

서양 학자들은 인생의 발달 단계를 다음과 같이 나눈다. 1단계: 출생부터 중년기가 시작되는 45세까지, 2단계: 45세부터 65세, 3단계: 중년기가 끝나는 65세 이후. 이들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70~75세로 보았다.

2단계 중에 오는 여성들의 갱년기 변화나 남성의 심신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년의 위기를 무사히 통과한 후에야 결국 가장 큰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노년기가 오는 셈이다.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다가 찾아내고 형제끼리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겪고 조국이 반토막으로 나뉘는 비극에서도 행복을 맛보았다는 98세의 노교수와 비교적 평탄한 일생을 지낸 이곳 서양인들의 인생 단계는 같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 노교수가 물같이 흘러가는 인생에서 어느 지점마다 마침표를 찍고 경계를 지을 수 있었던 지혜였다.

그는 우리의 두뇌가 계속 변화되고 바뀌어진 두뇌는 우리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키고 그 새로운 인간은 고난 속에서도 행복을 추구하고 쟁취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그러기에 그가 누린 행복한 시간들은 60세에서 75세에 이르는 15년간이나 되는 오랜 기간이었던 반면에 큰 고생 없이 살아가는 이곳 서양인들이 최대 행복을 누리는 시간은 70~75세 사이의 5년에 국한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데 나이가 그리 중요하랴. 90이 되신 나의 어머니에게 한번도 '언제 가장 행복하셨어요'라고 여쭈어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늘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며 행복해 보였으니까.

내가 의과대학에 가도록 권하고 장학금까지 마련해 주셨던 스코필드 박사에게서 한 학기의 도움을 받은 후에, 부모님은 홀어머니와 사는 다른 의대생에게 그 장학금을 넘겨주셨다. 그리고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꼬박꼬박 나의 의대 등록금과 세 동생의 학자금을 마련하시면서도 항상 웃으셨다.

최근 오래된 천식과 기관지 염증, 당뇨로 몇 달간 병원에 있으시다가 나오시면서도 내 발로 걸어서 교회에 갈 수 있다고 행복해하셨다. 우리의 사랑을 느끼시기에 고생이 있어도 행복한 어머니에게 백세의 수명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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