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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유나이티드가 '진상 항공사' 된 이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폭력적으로 승객을 끌어내린 사건은 지난 한 주를 달구었다. 좌석에 앉았는데 자리가 모자라니 내리라고 할 때 거부하면 내 돈 내고 수속을 제대로 밟아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비난과 패러디가 봇물로 쏟아졌다.

어쩌다 항공사의 서비스가 저렇게까지 됐을까. 항공사의 승객 서비스는 대체로 고객 서비스에서 일종의 모범 답안이었다. 항공사들도 그렇게 자부하고 승객들도 비슷한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고객들의 높은 기대감이 때로 진상 행위로 변질될 만큼.

승객을 대하는 항공사의 태도가 극적으로 변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항공업계가 과점 상태인 점을 빼놓기 어렵다. 어느 분야든 과점 상태가 되면 시장의 힘은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2001년 10여 개에 이르렀던 대형 항공사는 합병을 거듭하며 2013년 4개로 줄었다.



2001년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TWA를 흡수하면서 시작된 합병은 2005년 아메리카 웨스트가 US에어웨이스를, 2008년 델타가 노스웨스트를 합병하면서 항공사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2010년엔 유나이티드가 콘티넨털을, 사우스웨스트가 에어트랜을 합병했다. 합병 붐의 하이라이트는 2013년 아메리칸과 US에어웨이의 결합이었다. 이로써 항공업계는 대형 항공사 시대에서 유나이티드·델타·사우스웨스트·아메리칸 4개 사의 메가 항공사 시대로 바뀌었다.

이미 2013년에 4개 사가 승객의 80%를 차지하는 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승객의 선택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항공사의 입지가 커진다는 뜻이다. 17일에 발표된 모닝컨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격과 노선이 같으면 유나이티드를 타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승객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3년 정부는 거대 항공사의 탄생에 거의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항공사가 수화물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베개, 담요, 음식, 음료의 무료 서비스를 없애기 시작한 것과 합병이 거듭된 시기 사이에 아무 상관이 없을까. 좌석 간 거리가 좁아진 것은 4개 메가 항공사로 압축된 현실과 무관할까. 2014년 항공사는 수화물 수수료로만 33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015년 4대 항공사의 수익은 217억 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사건의 엄청난 파장에 비하면 유나이티드의 주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10일 71.94달러였던 주가가 11일 68.46달러까지 빠졌지만 17일 70.77달러로 반등했다. 승객의 반감이나 항공사의 이미지보다 수익이 주가를 좌우하는 과점 상태라는 의미다.

항공사의 승객에 대한 태도 변화는 9·11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기내 보안은 서비스에 우선하는 최우선 사안이 됐다. 승객들은 기꺼이 권리의 일부를 포기했고 자발적으로 난동 승객을 제압하기도 한다. 난동 승객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항공사는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유나이티드 사건 이전의 동영상을 보면 자발적인 좌석 양보를 거부하는 승객이 끌려나갈 때 다른 승객들이 손뼉을 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항공사가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안조치로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스카 무노스 유나이티드 최고경영자가 내부 이메일에서 피해 승객을 '호전적'이라고 묘사한 대목은 어지간한 것은 보안과 연결해 넘어가려는 심리가 아닐까.

이번 사건은 의회의 진상조사와 소송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결말을 예단할 수 없다. 사건이 매듭지어질 때 2013년에 예견됐던 '항공사 서비스'에 관한 의문에도 어떤 결말이 나왔으면 하면 바람이다. 서비스받을 승객의 권리 말이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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