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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골화 되는 아시안 차별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1955년 12월 1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살던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퇴근을 위해서 버스에 올라탔다. 당시만 해도 앨라배마주는 흑백분리정책이 실시되는 곳이었고 흑인전용자리가 있었다. 당시 '현행법'에 따라 요금을 내고 다시 뒷문으로 가서 버스에 탄 파크스는 흑인전용좌석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가득 차자 백인 버스기사는 파크스에게 다가와서 백인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흑인전용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졌고 흑백분리정책 철폐의 발판이 된다. 평범한 여성이었던 로자 파크스는 역사를 바꿨고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주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가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버 부킹 때문에 항공사 측에서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다오가 다음날 아침에 환자를 봐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공항경찰이 강제적으로 그를 하차시켰다. 이 과정에서 질질 끌려가는 동영상과 여기 저기 부딪혀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이 있기 며칠 전 에어비앤비 사건도 있었다.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예약한 한인 서다인씨가 집주인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예약 취소 문자를 받아서 큰 논란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이 연속해서 터진 것이다.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기자로서 느끼는 이 사건의 여파는 엄청났다. 주위에 한인 친구들을 포함해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사진과 기사, 동영상 등을 공유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삶에 공감하는 친구들의 댓글도 쏟아졌다. 반드시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글도 많이 보였다. 미주중앙일보의 페이스북 댓글란은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한국에 사는 한 친구는 뉴스를 보고 '원래 미국은 이런 식의 대우가 일반적이냐'라고 질문을 해올 정도였다.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내릴 승객은 무작위로 선정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만약 아시아계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승객을 다뤘을 리는 없다'며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오의 변호사인 토마스 디미트리오는 "다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오를 로자 파크스의 아시안 버전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했다. 다오는 과연 로자 파크스와 비견될 만한 인물일까.

로자 파크스의 조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오는 아마 유나이티드 항공의 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크스는 역사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이제부터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 동안 인종차별은 '흑백문제'라는 고정관념에 갇혀서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한 아시아계들의 목소리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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