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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100년 전 '데자뷔' 와 한국경제

최운화/유니티 은행장

1904년 러·일전쟁은 한반도에 대한 권한을 누가 갖느냐의 싸움이었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는 러시아와 전쟁하기에는 일본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 러시아에게 만주지역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대신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아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일본이 약세를 뒤집고 승리한 데는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우선 전쟁을 전면전으로 장기화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자원과 군사력에서 장기총력전은 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전속결과 국지전으로 끝내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음은 미국의 경제적 도움이었다. 전쟁수행을 위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본은 미국 금융계의 유대인인 제이콥 쉬프에게서 군자금을 마련했다.



쉬프는 러시아의 유대인 박해에 대한 보복심으로 일본을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과는 1902년 영일동맹을 맺어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하는 기간에 러시아와 동맹하는 국가가 나오면 영국은 일본의 편으로 참전할 수 있다고 해 독일·프랑스가 러시아를 돕지 못하도록 했다.

1년 3개월 간에 승리로 이끌긴 했으나 재정이 어려워진 일본은 미국에 러시아와의 강화협정을 요청했다.

초전에 한방 먹은 러시아가 쉽게 전쟁을 마칠 가능성은 없으니 이를 위한 유인책으로 패전국이 치러야할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로서는 체면은 구겼으나 실리 면에서 손해가 없고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 마지못해 받아들이게 되었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빌려 전쟁을 치른 일본의 경제가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는 빚을 낸다. 그리고 승리 후 패전국으로부터 이런저런 명목으로 보상을 받아 빚도 갚고 더 나아가 돈도 번다. 그런데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보상을 못받았으니 재정면에서 큰 위기를 초래했는데 이에 대한 타개책이 바로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 획득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러일전쟁이 끝난 1905년 이후 을사늑약을 시작으로 5년 뒤 한일합방이라는 치욕의 역사에 휘말리게 된다.

새삼스럽게 100년도 지난 러일전쟁을 꺼내든 것은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그 때와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북핵사태는 국제적 큰 이슈다. 핵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은 인류의 재앙을 막겠다는 정당성과 함께 외교적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는 것은 국제협약을 무력화시켜 수많은 국가에게 핵개발의 명분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시 군비경쟁체제로 들어가면서 신냉전의 기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가 발생하는 중동지역 국가들까지 핵확산을 요구할 경우 전세계 평화로운 질서는 누구도 보장 못한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고 원위치로 돌리겠다는 미국과 유엔의 입장은 당연하고, 당장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최우선의 안보문제다.

그러면서도 지금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선제타격과 북한의 보복 공격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으로 세계 10위 권에 들어있는 한국에게 닥칠 위험은 지금까지의 외환위기나 서브프라임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도전이 될 것이다. 전쟁 자체의 피해도 피해거니와 전후 보상해야할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러일전쟁 시의 한반도 상황과 비슷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태가 여러 면에서 위기인 점이나, 외세의 충돌에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이나, 지휘부의 공백상태로 인해 적극적이고 유연한 외교를 지휘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당시와 비슷하다. 자칫 한국경제의 초석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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