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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편지]같은 곡 다른 버전…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이효주/피아니스트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젊은 가수들이 예전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하여 그 곡이 재조명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리메이크한 빅뱅,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 밤’을 리메이크한 성시경, 이 두 경우 원곡과 리메이크 곡 모두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비슷하게, 원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지만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거나, 반대로 원곡은 피아노곡이었으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나중에 편곡을 한 곡들이 여럿 있다. 전자의 경우 라벨의 ‘라발스(La Valse)’,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불새(The Fire bird)‘가 대표작이다. 후자의 경우로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이라는 곡이 있는데 오늘 칼럼에서는 이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는 러시아의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대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6세부터 그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워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하지만 가문의 전통인 군 복무를 위해 사관학교에 지원하였다.

그는 운이 좋게도 군 생활 동안 여러 유명한 음악가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시절에 만난 음악가가 그 당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알렉산더 보로딘이었다. 그 인연으로 무소르그스키는 알렉산더 보로딘과 함께 러시아 5인조(The Mighty Handful, 발라키레프, 림스키 코르사코프, 큐)라 불리는 작곡가 5명과 함께 러시아의 국민 음악에 주력하는 음악 활동을 펼쳐나간다.



군을 떠난 후 작곡 활동에 전념한 무소르그스키는 ‘성 요한의 민둥산의 하룻밤’이라는 교향시를 작곡하며 음악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농노 해방으로 인해 상당한 재산을 잃게 되고, 어머니까지 사망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충격은 그를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었고, 그러던 중 친한 친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정서적인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

전람회의 그림은 바로 이 시기에 작곡되었다. 무소르그스키의 친한 친구였던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빅토르 하르트만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었고, 이를 추모하고자 하르트만의 친구인 블라디미르 스타소프가 그의 유작을 모아 1874년 추모 전람회를 개최하였다. 무소르그스키는 이 전시회에 전시된 10개의 그림을 보며 영감을 얻어 같은 해에’ 전람회의 그림’을 작곡하였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 솔로곡으로 작곡이 되었지만, 1922년 라벨이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총 10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작품 사이를 거니는 하르트만의 모습을 형상화한 산책이라는 뜻을 지닌 프롬나드(Promenade)가 각 곡 사이에 붙어있어 악장 간의 연결을 돕는다.

각 프롬나드는 매번 변주된다. 발랄한 악장부터 슬픈 멜로디를 지닌 감성적인 악장까지, 각 악장은 각자 특징들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제목을 지니고 있다. 난쟁이, 고성, 튈르리 궁전.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 비들로, 폴란드의 어느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 리모주의 시장, 카타콤, 닭발 위의 오두막집, 그리고 키예프의 대문까지 각 악장은 이렇게 다른 제목과 다른 내용, 그리고 다른 음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중음악의 추억 속 명곡과 리메이크한 현재의 곡이 같은 멜로디, 같은 가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각자만의 매력이 있고 대중들은 그 다른 매력을 즐기게 된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로 같은 스토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주는 음악적 느낌은 조금 다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같은 명곡은 사실 피아노 버전과 오케스트라 버전의 연주 모두 굉장히 좋지만, 분명히 약간의 선호도는 있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된다. 독자들이 같은 곡, 다른 버전을 듣고 어떠한 버전의 연주를 더 선호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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