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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달콤함, 그 씁쓸함에 대하여

[LA중앙일보] 발행 2017/04/2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4/23 13:57

조은경 / 시나리오 작가·한의사

요즘은 노처녀라는 말보다 골드미스, 독신보다는 비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런데 혼기가 차거나 혼기를 넘긴 분들이 입을 모아 "서쪽으로 올수록 좋은 남자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왜 그럴까. 궁금해져서 몇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일단 사계절이 뚜렷한 곳, 특히 겨울이 매섭게 추운 곳일수록 남자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단련이 잘 된다는 것. 동서양으로 나눌 때 미국은 서쪽에 위치해 있다보니 한의학의 오행으로 치면 금(金)의 나라이고 캘리포니아 같은 서쪽으로 오면 올수록 그 금의 기운이 더욱 강해지다보니 물질의 기운인 음기가 득세하여 남자들 기가 눌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 또한 날씨가 덥고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을수록 식물이 축 늘어지듯 남자들의 양기도 늘어지게 되는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찮게 미용업에 종사하는 어떤 여성이 이런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어렵사리 만났는데, 달콤한 말도 많이 해주고 멋있는 척도 엄청 하면서 지갑도 척척 열더라는 것.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확신한 어느 순간부터 그 지갑이 닫히더니 여성만 계속 데이트비용을 부담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어느날부터는 남자가 소정의 돈을 융통해 달라고 조르는 일이 많아지다 금액이 점점 커져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그래서 얼마나 놀라고 속이 상했는지 그 뒤로는 처음 만난 남자가 직업을 물을 때 그냥 논다고 얘기한단다.

오죽하면 직업이 없다고 말해야 할 정도였을까. 달콤함이 이내 쓴맛으로 바뀌었으니 더욱 씁쓸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몸건강에 있어서도 달콤한 맛이 좋지 않은 병을 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달콤함이 주는 병에 쓴맛을 먹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서울의 어느 은행 지점장이 당뇨병이 심해 간·심장·혈관·콩팥이 다 망가졌다. 한의사는 이 환자에게 고들빼기·씀바귀·산도라지·민들레·쑥·생강·익모초·엉겅퀴 같은 쓴맛이 강한 식물들을 신맛이 진한 음식과 병행해 날마다 먹게 했다. 환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달리 기댈 데가 없어 시키는대로 잘 따랐고 6개월 뒤에 당뇨병을 완치했다는 얘기다.

달콤한 말도 달콤한 맛도 결국은 씁쓸한 교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니.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꽉 붙들어야 하는 이치가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달콤한 공약을 내세우던 후보를 밀었다가 쓴맛을 본 경험을 지난 몇년동안 하게 되었다는 생각까지 스친다. 나는 요즘 들어서 평생 안보던 대선 토론회를 챙겨 보질 않나, 몇번을 반복시청까지 하고 있질 않나 안하던 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잘 뽑고 싶다'고 결심을 한터라 제대로 시간을 내서 대통령 후보들 프로필과 공약내용들도 찾아보게 된다. 씁쓸한 맛을 보고 나니 정신을 차린 걸까.

씁쓸함. 과연 약은 약인가 보다. 이번 대선에서는 가장 달콤한 공약을 하지 않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달콤함. 몸과 마음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도 조심해야 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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