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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딸과 말이 안 통해'

[LA중앙일보] 발행 2008/03/1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3/13 18:01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14세 소녀는 자신의 병력을 얘기했다. "여덟 살 때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았어요. 아빠가 칼을 가슴에 대고 찌르려는 모습도." 부모가 이혼한 해에 소녀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자꾸만 죽고 싶은 생각이 나서 상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한 후였다. 이번에 다시 입원한 이유도 갑자기 학교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자살의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고 병원에 있는 것이 오히려 좋아요." "무엇에 대한 걱정이 그렇게 많지?" "엄마는 새벽 2시부터 일하러 나가고 제가 여동생 둘의 숙제까지 챙겨줘요. 아빠는 타주로 가서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아요. 그래서 아빠가 미워요. 저는 엄마에게 저의 우울증세를 얘기하지 않아요. 걱정을 하실까 봐!" "네가 엄마도 보호해드리고 돌보는 셈이구나! 너를 돌보는 사람은 누구지?" 소녀는 생각에 잠기다가 눈물을 흘린다.

"저는 엄마나 동생들을 먼저 생각하지 저 자신은 돌보지 않아요. 그럴 시간도 없구요."

자신에 대한 존경이나 애정이 없으면 열등감에 빠지기가 쉽다. 이것은 우울증세와도 연관이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사랑해주기 어렵다. 그래서 소녀는 외로움을 음식으로 충족시켰다. 과체중에 외모관리도 머슴아같다. 가족치료를 위해 들어 온 어머니는 의상 화장이 세련됐고 날씬한 라틴계 여성이었다. 그러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따님의 문제가 무어라고 보십니까?" "병원이나 상담가들이 한 번도 저 애의 진단을 내게 말해준 적이 없어요!" "그럼 따님과 직접 얘기해 보셨나요?" "매일 우울하다고 해서 물으면 대답을 안해요. 그러니 어떻게 압니까? 게다가 일하고 집에 와보면 지저분해서 얘기할 마음도 없어요. 자꾸 뚱뚱해지니 먹지 말라 해도 말을 안들어 오히려 제가 화가 나요." "우울증때문에 과식을 하는데 그 증상을 야단치시는 셈이군요" "왜 학교에만 가면 자살소동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일해서 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 그 빈 공간을 채우며 두 동생들에게 엄마와 아빠 노릇을 해야 하는 소녀. 집에서는 감정을 억누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학교에서 분화구가 터질 수 밖에 없다. 소녀가 왜 엄마에게 말을 안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울이나 분노같은 인간의 감정은 이론이나 상식에 벗어날 수 있습니다. 왜 우울하냐고 물을 때 따님이 대답을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자신도 왜 그토록 슬프고 화가 나는지 모를 때가 많으니까요." 슬프고 아픈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고 야단치지 않으면서 엄마가 들어줄 수 있다면 소녀는 학교에 가서 공부만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과거처럼 좋은 성적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딸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자신의 분노 때문에 딸의 슬픔을 수용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딸의 비만과 지저분한 방에 대해서만 비난을 퍼부었다. 엄마는 딸만이 아니라 딸을 도우려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듯 했다. 그러니 과거에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딸을 자기 식으로 사랑하려는 듯 했다. 딸을 몸매가 아름답고 주위를 잘 청소하는 여성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대화가 끊어진 가정에서 많이 나타나는 슬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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