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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먼 산 보고, 나쁜 생각 차오르면 스위치 꺼야죠

'멍 때리기' 효과 보려면

뇌 휴식, 심신 충전에 도움
오래 하면 우울·불안 초래
자연 속 명상으로 심기일전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시기는 '멍 때리기' 좋다. 무의미해 보여도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멍하게 있는 시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친 뇌를 쉬게 하고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멍 때리기에도 동전처럼 양면이 있다. 우울·불안을 일으키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지나친 멍 때리기는 뇌의 이상을 알리는 경고이기도 하다. 좋은 멍 때리기, 나쁜 멍 때리기를 구별하고 이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린 뉴턴,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이들에게는 과학적 원리를 발견한 것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일상에서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이 위대한 업적의 단초가 됐다는 점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뇌는 멍하게 있을 때 입력된 정보를 소화하고 통합해 체계화된 고급 정보를 만들어낸다"며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어낸다"고 말했다.

멍 때리기는 기본적으로 지친 뇌를 쉬게 하고 그동안 입력된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멍 때리기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멍 때리기'와 '나쁜 멍 때리기'가 존재한다.



이를 구분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좋은 멍 때리기는 단순하고 짧다. 때로는 스스로 무엇을 생각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과도한 자극에 둘러싸인 현대사회에서 뇌에 진정한 휴식을 제공하는 게 좋은 멍 때리기다. 서울대병원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멍하게 있을 때 뇌는 재충전한다"며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 멍 때리기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코르티솔)은 인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이때 좋은 멍 때리기를 하면 흥분된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다. 신동원 교수는 "운동선수도 매일 연습만 하고 제대로 쉬지 않으면 부상을 입는다"며 "좋은 멍 때리기는 지친 뇌와 몸의 건강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좋은 약도 쓰기에 따라 독이 된다. 직장인 김민수(40)씨가 그렇다. 김씨는 직장에서 승진한 뒤에는 퇴근 후 잠자리에 누워 멍하게 있다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멍하게 있는 시간에 김씨의 머리에 채워지는 것은 프로젝트와 실적 등 자신을 압박하는 것들이었다. 결국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김씨는 불면증까지 생겼다. 나쁜 멍 때리기의 예다. 신동원 교수는 "나쁜 멍 때리기를 구분해 좋은 멍 때리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나쁜 멍 때리기는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현실을 잊는 경우마저 있다. 멍 때리는 것은 언제, 어디서 시작될지 알 순 없지만 인식할 때는 스스로 멈출 수 있다. 또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나 미래에 국한된 멍 때리기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윤대현 교수는 "멍 때리기의 빈도나 시간이 지나치면 현재를 즐겁지 않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감정 소모를 일으키는 것도 나쁜 멍 때리기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멍 때릴 때는 수치심을 느꼈을 때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포함된 기억이 떠오르기 쉽다"며 "이런 '감정 기억'이 더 오래 남고 곱씹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계속 상상하는 '해결책 없는 감정 소모'는 우울·불안 같은 정신질환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불행을 자초하는 나쁜 멍 때리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이 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83개 국가, 22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연락이 올 때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할 때 멍한 상태였는지,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기는지를 기록해 전송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46.9%)은 하는 일에 관계 없이 멍한 상태였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부정적인 생각을 한 비율이 26.5%였다. 이들의 행복도는 모든 응답자 가운데 가장 낮았다.

나쁜 멍 때리기는 뇌질환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측두엽 간질, 결신발작(의식 소실) 환자는 지나치게 많이, 자주 멍 때린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밥을 먹을 때처럼 부적절한 상황에서 멍한 모습을 보이고, 말을 걸거나 몸을 건드려도 반응이 없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나쁜 멍 때리기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먼저 멍 때리기도 하나의 '정보'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발 떨어져 멍 때리기를 다룰 때 현실과의 균형을 회복할 실마리가 생긴다. 윤대현 교수는 "멍 때리다가 하늘이나 나무 등 주변 사물에 눈을 돌려 이를 생각하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과거와 미래에서 탈피해 현재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나쁜 멍 때리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면 특정한 대상이나 오감에 집중하는 명상이 도움이 된다. 신동원 교수는 "스스로 '무엇을 할 때 시간이 가장 빨리 지나가는지' 자문해 보고 나쁜 멍 때리기가 있을 때 그 일을 하면 멍 때리기의 '스위치'를 차츰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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