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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꽃보다 손주

방학을 한 손주들에게 바람이라도 쐬어준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차를 타고 나섰다. 며느리는 점심거리로 김밥과 과일을 준비하고 할아버지는 지도를 살피고 내비게이션도 준비하고 여섯 식구가 기분 좋게 떠났다.

지난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파피꽃 단지가 대단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모자에 안경을 써 멋도 내고 나섰다. 약 2시간 걸려 도착하니 주황색 파피꽃이 많이 모여있는 곳도 있고 듬성듬성 핀 곳도 있다. 주황색 하나하나가 어찌도 예쁜지!

가까이 또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가 주황색 이불을 덮은 것처럼 고왔다. 도시를 벗어나서인지 공기가 무척 맑고 구름과 해가 시원함을 만끽케 해준다.

노인들은 걷기도 힘든데 손주들은 모두 뛴다. "너무 멀리 가지 마라. 넘어질라." 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한다. 할아버지는 연신 셔터를 누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가 있었던가. 꽃도 아름다운데 꽃보다 아름답다니. 바로 오늘 손주들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보다 손주들은 더 바라보았으니.

이렇게 귀여운 손주들이 자꾸 빨리 자라는 것 같아 서운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이젠 노인 곁에 자주 오려 하지 않는다. 제일 꼬마만 그래도 자주 와서 애교를 부린다.

오늘 시원한 바람도 쐬고 꽃보다 아름다운 손주들과 좋은 나들이를 했다. 이제 나이 76세. 인생 나들이가 끝날 때까지 손주들과 나들이를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지. 왕복 4시간 길을 젊은이 못지않게 달려온 할아버지에게도 감사한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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