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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프리즘] 돈 쓸 곳 없는 벤쿠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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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8/03/1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8/03/17 17:41

"밴쿠버에서는 쓸래야 쓸 곳이 없어서 돈이 굳는다니까."

얼마전 알고 지내던 어느 유학생 기러기 엄마가 내뱉은 이 한마디 말은 밴쿠버의 소비 행태를 그대로 나타내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사회 흐름이 슬로우한 이곳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흐름도 빠르고 유행의 변화도 심한 한국에서 방금 건너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보일 것이다.

지난 해 미국서 몇년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 하나는 미국서 사가지고 간 옷들을 하나도 못입을 지경이더라고 했다.

모두가 유행하는 옷들을 입고 다니는데 자신만 유행을 타지 않고 있자니 왠지 튀어 보여서 할 수없이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다시 사입고 말았다고 한다.

7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때 우리 아이들이 거리의 사람들이 촌스럽다고 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이곳 사람들의 겉모습은 별 변화가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하고 기능적인 옷들을 즐겨 입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 유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패션도 계절마다 색감만 좀 달라질 뿐이기에 유행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아 맟추기가 어렵다.

어제 봄에 입을 겉옷을 하나 장만하러 밴쿠버 가장 부촌에 위치한 샤핑몰에 갔었는데 한 두어시간 다리만 아프고 별 소득 없이 그냥 돌아왔다.

가장 크고 고급이라는 백화점부터 할인 매장까지 열 몇개의 상점들을 다 둘러 보았는데도 말이다.

청소년들 아니면 점잖은 부인복들 가게는 그나마 봄분위기의 새 상품들이 나왔는데 둘 다 내 나이대의 취향이 아니었다. 정말로 꼭 사고 싶은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큰 맘먹고 돈 좀 써보자고 나갔는데 돈을 못쓰고 온 셈이다.

가장 번화하다는 밴쿠버 다운타운을 둘러 보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니 상품들을 자주 바꿀 필요가 없고 유행이 없다보니 옷 한가지를 사도 오래 두고 입을 수 있어서 자주 구매하지 않게 되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리라.

다운타운에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 상품점들이 몇 있긴 하지만 소비층은 대부분의 돈많은 동양인들이다.

지금껏 보아 온 주위의 캐네디언들은 겉으로 보아서는 부자인지 가난한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그들이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는지 참 궁금했었다.

그런대 오래 살다보니 그 궁금증은 저절로 풀렸는데 그들은 과시하기 위한 겉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즐기기 위한 곳에 돈을 쓰고 있었다.

특히 여러가지 레저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캐나다의 경우 가족단위로 이러한 것들을 즐기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많은 것 같았다.

휴가나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거나 스포츠 장비 등을 사거나 최신의 요트 등을 사는데 거액의 돈을 스스럼 없이 쓰고 있었다.

이렇듯 관심사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보니 우리에게 돈쓸 곳이 안보이는 것도 당연한 것이리라.

그나저나 내 마음에 드는 봄옷이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으니 벌써 몇년째 입고 있는 봄옷을 다시 꺼내어 입고 다녀야 할 팔자 같다.

김미선.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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