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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엄지척' 대통령 트럼프?

"이 층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오세요." 모처럼 서울을 방문했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을 좀 했다. 동네 약국을 찾았더니 의사 처방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예약도 안 했는데? 눈치 빠른 약사가 말을 이었다. "올라가면 금방 해줘요." 둘이 짜고 치나?

건강보험이 없다는 말에 약사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그럼 중국에서 왔어요?" 불체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아뇨, 미국서 왔어요." 퉁명스럽게 대꾸해줬다. 그러자 약사는 이내 표정이 바뀌었다. "아, 그러세요. 난 또." 멋쩍은 미소를 짓더니만 뜬금없는 말을 쏟아냈다. "그냥 미국에 계시지. 곧 전쟁이 난다는데." 약사는 이른바 한반도 '4월 위기설'을 전쟁으로 단정 짓다시피했다.

"전쟁 안 납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그래도 약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쯤 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터. "제가 여기에 있는 한 미국은 북한을 공격 안 해요. 아니 못해요." 약사는 이 말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듯했다. "나 같은 미국 시민권자들이 이곳에 남아있는 한 선제공격은 불가능하지요. 그러다가 북한이 보복을 하면 어쩌려구요."

그제야 약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은 자국민 보호에 철저하군요. 오래오래 머물다 가세요. 그래야 전쟁이 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금세 친해져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감기약도 거의 공짜로 얻다시피하고.



예전과는 달리 트럼프의 강경한 대북 입장과 예측불허의 성격이 전쟁설에 기름을 부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태극기'나 '촛불' 따위는 쏙 들어가고 그 자리에 트럼프와 시진핑이 들어앉은 모양새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이 역설적으로 북핵위기로 인해 다소 개선된 느낌이다.

특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중국이 (북핵과 관련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중국의 협조 없이도 미국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등 시진핑을 어르고 달래 일부 어르신들 사이에선 '엄지척'이다.

시진핑이 워싱턴에서 귀국한 지 며칠 안 돼 백악관에 전화를 넣은 것만 봐도 그렇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트럼프를 찾았겠느냐는 것이다. 모임에 가면 "시진핑이 트럼프에 쫄았다"는 얘기가 서슴없이 나왔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보복에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당하기만 하는 상황이어서 트럼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해야 할지.

오바마 시절엔 미국에 콧방귀도 안 뀌던 중국이 트럼프가 집권하자 겁을 집어먹기는 한 모양이다. 중국의 관영매체가 이례적으로 북한이 또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겠다. 트럼프가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어서 시진핑도 은근 켕기는 것 같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고작 40% 선에서 맴돌고 있다. 아이젠하워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기록이다. 취임 이후 성취한 게 거의 없는 반면 그의 괴팍함과 정직성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도 트럼프를 당분간 그냥 놔두면 안 될까. 취임한 지 아직 100일도 안 되는데.

로널드 레이건도 처음엔 소속당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견제를 받는 등 수모를 겪었다. 오죽하면 'Let Reagan be Reagan'이란 말이 나왔을까. '레이건이 레이건답게 행동할 수 있게 하라'는 의미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하나만 해결해도 큰 성과를 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게 틀림없다. 'Let Trump be Trump'. 트럼프를 억지로 트럼프답지 않게 행동하도록 해서도 안 될지 싶다.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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